보험금 누수 심화…가입자 인식 개선 시급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

소액 보험사기 사례를 접할 때마다 떠오르는 속담이다.

최근 고의로 차량에 부딪히는 ‘손목치기’ 수법으로 51건의 교통사고를 내고 3300만원 가량의 보험금을 뜯어낸 4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이렇게 갈취한 보험금을 인터넷 도박과 유흥비에 모두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례에서 건당 보험금은 수십만원에 불과하지만, 총액을 보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소액 보험사기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보험금이 적은 만큼 잡아내기가 어려워 재범률이 높다는 데 있다.

보험금이 액수가 적으면 죄책감 없이 범행을 저지르기 쉽다. 고액 보험사기의 경우 치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나, 소액은 비교적 단기간에 개별적으로 이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9434억원으로 1년 전보다 5.0% 증가했지만, 적발 인원은 9만7629명으로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이는 상습 사기를 통해 보험금을 타낸 가입자가 증가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적발되지 않은 보험사기를 고려한다면 그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연령층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금전적인 이익의 유혹에 넘어가기 쉬운 사회 초년생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번지면서다.

작년 국내에서 적발된 보험사기범 가운데 20대의 비중은 19%로 2019년(15%) 대비 4% 증가했다. 10대의 비중도 2%나 됐다.

실제 일부 온라인 카페, 커뮤니티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일명 ‘꽁돈 버는 법’을 가장한 보험사기 수법이 게시돼 있다. 과다 보험금 청구를 위한 팁을 공유하는 목적이다.

더 큰 문제는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료 인상 피해가 선량한 다수의 보험 가입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보험사기를 근절하기 위해선 보험 가입자들의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액 사기도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보험사기의 사전적 정의는 보험의 원리상 지급받을 수 없는 보험금을 수령하는 행위다.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보험사고를 조작하거나 발생시키는 ‘경성사기’뿐만 아니라 우연히 발생한 보험사고를 과장해 과다한 보험금을 청구하는 ‘연성사기’ 역시 보험사기에 해당된다.

예컨대 뜻하지 않게 발생한 자동차 사고로 경미한 부상을 입었을 때 실제 피해 규모보다 큰 보험금을 받아내는 사례, 비염 치료를 빌미로 미용 목적의 코수술을 하고 실손보험의 혜택을 입는 사례 모두 범죄 행위다.

가입자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선 보험사기 처벌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불법적인 이익은 언젠가 박탈될 수밖에 없다는 경각심을 통해 예방효과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보험사기에 대한 국내 처벌은 상당히 관대한 수준이다. 특히 연성 보험사기의 경우 소액벌금 또는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고 있다.

보험사기 적발금액 환수율도 저조하다. 손해보험의 경우 지난 5년간 적발된 보험사기 금액 3조8931억원 중 환수된 금액이 1267억원(15.2%)에 불과했다. 생명보험 역시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 3583억원 중 환수된 금액은 319억원(17.1%)밖에 되지 않는다.

가입자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현행대로라면 과태료를 감소하더라도 다수의 가짜 환자를 받는 게 수익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보험사기를 완전히 근절하기란 불가능하다. 다만, 민관 및 보험 이용자들의 노력을 통해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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