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가족동승자부상치료비 특약 주의 경고
최고 등급 모두 지급, 도덕적해이 가능성↑
금융당국이 운전자보험 가족동승자부상치료비 특약의 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해당 담보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상품 구조상 사고 발생 시 다수에게 최고 등급을 적용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게 모럴해저드를 유발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다.
손보사들이 판매 중단을 결정하거나 검토하면서 영업 현장에서는 절판마케팅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 가족동승자부상 특약 사실상 퇴출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손해보험업계에 운전자보험 특약인 ‘가족동승자부상치료비’의 상품 구조를 경고했다.
가족동승자부상치료비 특약은 계약자 외에 다른 가족과 함께 차량을 이용하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부상 정도가 가장 낮은 사람에게 지급하는 보험금을 가족 모두에게 지급하는 게 특징이다.
예를 들면 4명이 14등급이지만, 1명이 6등급이면 5명 모두 6등급에 해당하는 높은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품 구조를 소비자가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경우 모럴해저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최고 상해등급에 준하는 보험금을 한 명에게 지급하는 건 괜찮지만, 모두에게 지급하는 구조를 문제삼은 것으로 전해진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전날 전 손보사 상품 부서쪽으로 해당 특약의 문제에 대해 경고 형태로 연락이 전달된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으로 판매를 하지 말라고 한 건 아니지만, 권고했다는 건 판매를 중단하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에 대부분 손보사들이 중단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KB손보는 오는 13일까지 해당 상품을 판매하기로 결정했고, 메리츠화재의 경우 내부 논의를 통해 향후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의 경고에 손보사들이 잇따라 판매 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일선 영업현장에서는 절판마케팅도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해당 특약을 가입함으로써 더 많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만큼, 설계사들이 판매가 중단되기 전 특히 강조할 수 있어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절판마케팅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라며 “소비자에게 유익한 상품인 만큼 더 많은 고객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안내하는 정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절판마케팅하는 과정에서 일반적인 방법보다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그 부분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모럴해저드 유발 상품 잇따라 권고받아
금융당국은 이전에도 보험사 출혈경쟁으로 탄생한 모럴해저드 상품에 대해서도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소비자가 다수의 여러 보험사 다수의 상품을 가입하고, 보험금을 청구하면 중복보장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다.
금감원은 2019년 3월 치매 척도가 낮아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경증치매 한도가 3000만원 수준까지 올라가자, 보험사기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이에 보험사들에 공문을 보내 경증치매 보장 급부가 지나치게 높다고 경고했다.
또 2018년에는 ING생명(현 신한라이프)과 라이나생명의 입원일시금 특약에 대해서도 보험금이 과도하게 지급되도록 설계돼 모럴해저드를 유발할 수 있다며 상품 개정을 권고했다.
해당 특약은 2일 이상 입원 시 100만원을 일시에 지급하는 상품이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경쟁으로 소비자가 보험금을 쉽게 받을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면 보험사기 등으로 손해율이 높아질 수 있어 보험사에도 부정적”이라며 “보험사기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보험사도 상품 개발 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