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상품 속도 조절 필요”…기존 설계사 일자리 타격

금융당국이 캐피탈사에 이어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이 플랫폼에서 자동차보험을 판매할 수 있게 하면서 법인보험대리점(GA) 업계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캐피탈사는 할부금융을 통해 직접 가입 유도가 가능하고, 빅테크는 접근성이 용이해 기존 GA 설계사들의 일자리에 적지 않은 타격을 미칠 수 있어서다.

GA 업계는 불공정한 모집행위가 발생할 수 있고, 설계사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 만큼 시장 개방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 캐피탈 이어 플랫폼도 차보험 판매 허용 검토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형 GA 17개사 대표들은 지난주 금융감독원과 자리한 간담회에서 플랫폼사들의 보험판매 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의 보험대리점 진출을 허용하기로 하고, 규제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동차보험 판매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빅테크의 자동차보험 판매 문제는 GA 업계에 큰 타격이다.

자동차보험은 의무가입 보험인데, 전체 설계사 규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GA 설계사들의 판매 규모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 접근성이 높은 플랫폼이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면, 비대면 가입률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는 자동차보험의 설계사 가입 비중은 떨어질 수 있다.

GA 설계사들 입장에서는 고객 접근성도 떨어지고, 나아가 생계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GA 업계의 고민은 이 뿐만이 아니다. 금융당국이 캐피탈사도 자동차보험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입지가 더 축소되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하는 캐피탈사에 대해 끼워팔기 우려 등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전제로 보험대리점 업무 진출 허용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GA 업계는 금융위의 이 같은 방안을 반대하고 있다.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설계사가 아닌 캐피탈사를 통해 자동차보험을 바로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할부금융을 이용한 자동차구매 건수는 263만9000건으로 연평균 88만건에 달한다.

이는 캐피탈사가 자동차보험을 판매할 시 할부금융을 이용한 자동차 구매자는 대부분 캐피탈사를 통해 자동차보험을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GA 업계에서는 갱신 및 거래 유지에다 매년 88만건씩 지속적인 순증이 이뤄지면 10년 후 캐피탈사를 통한 계약만 880만건에 달해 시장잠식을 우려하고 있다.

◇ 기존 GA 설계사 일자리 사라질 수도

GA 업계는 의무가입 보험인 자동차보험을 시작으로 장기인보험, 보장성보험 등까지 판매 영역을 넓혀갈 수 있는 ‘마중물 상품’으로 불린다.

특히 보험 상품 판매 수수료로 운영되는 GA 입장에서는 이런 먹거리 상품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거대 자본인 캐피탈사와 플랫폼의 자동차보험 시장 진출은 골목상권을 침범, 일부 수수료 수취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생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게 GA 업계의 시각이다.

GA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200%룰이 시행되면서 수수료 수입이 줄어 운영 상황이 전반적으로 악화됐다”며 “이런 가운데 캐피탈사와 플랫폼이 자동차보험까지 판매할 수 있게 된다면 그간 성장세를 유지해 온 업계를 한 번에 뒤흔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설계사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GA 설계사의 생계가 어려워지면 일자리 창출 기회도 사라지는 셈”이라며 “캐피탈사와 플랫폼의 자동차보험 판매 허용 만큼은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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