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계 확산 추세…경영실태평가 의식한 듯

흥국화재가 기존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의 4세대 전환을 위해 영업조직에 고액의 수수료를 내걸었다.

업계에서는 타사 대비 1·2세대 실손보험의 비중 및 손해율이 높지 않았던 만큼, 전환 실적을 반영하겠다는 금융당국의 경영실태평가(RAAS)를 의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 단독 전환 300%, 인보험 연계 시 600%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화재는 자사 1·2세대 실손보험을 가입한 고객을 4세대로 전환하는 설계사에게 높은 시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기존 실손보험을 4세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단독 체결 시 월납 보험료의 300%, 장기인보험과 연계해 전환하면 600%의 시상금을 제공한다.

구 실손보험의 4세대 전환에 높은 시상금을 지급하기로 한 건 흥국화재가 중소형사 중 유일하다.

앞서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등 4개 대형 손보사들은 1분기 중에 높은 시상금을 내걸며 영업조직의 판매를 독려했다.

삼성화재는 지난달 단독 실손보험, 유병자 단독 실손보험, 노후 실손보험에 한정하면서, 기존 1·2세대에서 전환하는 경우는 해당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했다. GA채널에 한하며, 4세대 단독 판매에 대한 수수료는 월납 보험료의 300%였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말 실손보험 전환 실적이 가장 높은 설계사에게 고급 가전제품을 지급했고, 단독 전환은 월납 보험료의 550%, 장기인보험 연계 전환은 750%의 시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이는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DB손해보험도 지난 1월 ‘4세대 실손전환 활동 우수 PA’ 목표 달성 지원안을 마련, 단독 전환 건은 200%, 인보험 연계 전환 건은 400%의 시상금을 제공했다.

KB손보는 2013년 3월 이전 실손보험을 4세대로 전환하는 설계사에게 단독 전환 시 200%, 장기인보험 연계 시 400%의 시상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손해보험사들이 이처럼 구 실손보험을 4세대로 전환하려는 건 과거 판매한 상품의 손해율이 극심해서다.

지난해 9월 기준 1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40.7%, 2세대가 128.6%를 기록했다. 2017년 야심차게 출시했던 3세대 실손보험도 손해율이 100%을 넘어선 상태다. 지금까지 판매된 대부분의 실손보험에서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출시된 자기부담금을 높이고, 보장에 한도가 정해진 4세대 실손보험은 현재 이러한 손해율을 낮출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손보사들이 실손보험에 높은 시상금을 내거는 이유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에 높은 시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수익성이 없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손보험이 고객의 니즈와 접근성이 높은 만큼, 높은 시상금을 제공하면서 설계사들의 영업활동을 부추기는 것이다.

◇ 전환 실적 RAAS에 반영, 선제적 대응?

일부 손보사들의 4세대 실손보험 전환 이유와 달리 흥국화재는 금융당국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1세대 실손보험을 대량 판매했던 현대해상과 DB손보는 높은 손해율에 4세대 전환이 시급하다.

하지만 구 실손보험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삼성화재의 경우 4세대 전환 실손이 아닌 신계약에 높은 시상금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경영실태평가를 의식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흥국화재도 구 실손보험 가입자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손해율 안정과 경영실태평가 준비를 위한 행보를 보인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1월 ‘지속가능한 실손보험을 위한 정책협의체 발족 회의’에서 4세대 실손보험 실적을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는 극심한 손해율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높은 시상금을 지급했지만, 삼성화재와 흥국화재는 경영실태평가를 의식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흥국화재 본사 전경(사진=흥국생명)
흥국화재 본사 전경(사진=흥국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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