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카드납부 늘어나나…업계 “당장은 어려워”

신용카드 수수료 문제를 두고 타 업종과 카드사 간 분쟁이 일어난 가운데, 보험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카드 수수료가 인하되면 그간 외면해온 보험료 카드 납부에 대한 압박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보험사, 수수료 인하 불똥 우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사들은 카드사와 가맹점 간 수수료 협상에 긴장하고 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상에 따른 갈등이 전 업종으로 퍼지면서다.

앞서 카드사들은 이달 연매출 30억원 이상 가맹점을 상대로 수수료 인상을 통보했다. 전자지급결제(PG)업체에는 0.05~0.1%포인트, 대형마트와 대기업 유통업체에는 0.02~0.25%포인트 등의 인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해당 가맹점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카드업계는 수수료를 조정하기로 했다. 카드사와 가맹점 간 협상은 이르면 내달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현재 대부분의 가맹점은 수수료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가맹점 수수료 논쟁에 보험업계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자칫 수수료 인하 불똥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카드사 수수료 부담을 이유로 수년째 보험료 카드 납부를 거절하고 있는데, 수수료가 인하되면 그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체 생명보험사 수입보험료 중 카드로 결제된 비중은 5%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수입보험료 15조 7245억원 중 7834억원 규모다.

손해보험사 보험료 카드납부 비율은 생보사보다 높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손보사 보험료 카드납지수는 전체 30.8%로 전년 동기 28.6% 대비 2.2%포인트 증가했다.

손보사는 자동차보험 등 단기성 보험이 많아 상대적으로 카드납부 비중이 높은 편이다. 반면 생보사의 경우 장기보장성, 저축성 보험이 많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저축성 보험에 카드납부를 허용하는 건 적금을 신용카드로 드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는 현재 2% 수준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1% 수준까지는 낮춰야 보험료 카드결제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당장 큰 폭으로 인하되기는 힘들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수수료를 인하하더라도 0%대 소폭 인하로 그칠 텐데, 그 정도로는 보험사 카드결제를 이끌어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차라리 수수료가 대폭 인하되면 카드납부가 늘어도 부담이 덜하겠지만, 애매하게 인하될 경우 카드납부는 받아야 하고 수수료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보험료 카드납부, 지속 증가 전망

한편, 향후 보험료 카드납부는 꾸준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 보험업계가 디지털화를 추진함에 따라 사이버마케팅(CM)채널은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 국내 손보사 CM채널 원수보험료는 4조8987억원으로, 전년 동기 4조1262억원 대비 18.7% 늘었다.

온라인 시장인 CM채널에서는 카드납부가 불가피하다. 대면채널에서 카드납부를 아예 받지 않는 보험사들마저 CM채널에서는 허용하고 있다.

다만 보험료 카드납부가 증가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도 있다. 보험료를 산정할 때는 카드 수수료도 고려해야 하는데, 보험료 카드납부가 증가하면 보험료도 오르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 때문에 보험료가 오르면 현금으로 결제하는 가입자는 불리하다고 느낄 수 있다”며 “만약 카드사 수수료가 인하되더라도 이 같은 형평성 문제 등으로 인해 보험료율을 조정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사진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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