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설립 요건은 충족…시기가 관건

보험업계 자회사형 GA(법인보험대리점) 설립이 잇따르는 가운데 흥국생명도 제판(제조와 판매)분리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오는 3월 말 최종적으로 제판분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진다.

◇ 물적분할 검토설..."사실무근"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과거 유동성 문제로 철회한 자회사형 GA 설립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생명의 자회사형 GA 설립은 한화생명과 동일한 완전 물적분할 방식이다.

흥국생명이 완전 물적분할을 검토하는 건 영업조직 규모가 크지 않아, 이를 분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흥국생명 전속설계사 수는 지난해 11월 기준 2072명이다. 업계에서 8번째로 큰 영업조직을 보유하고 있지만, 앞서 출범한 자회사형 GA들과 비교하면 별도 분리하기에는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미래에셋생명이 지난해 3월 영업조직을 완전 이전한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약 3300명을 이동시켰고, 같은 해 4월 출범한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1만8000여명을 완전 이전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흥국생명이 지난달 내부 인사발령을 통해 10명가량의 임원을 교체했다”며 “최근 대표 내정까지 자회사형 GA 설립을 염두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의 자회사형 GA 설립안은 내달 확정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흥국생명 지분 56.30%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2016년 기소된 이후 지난해 10월 출소했다.

흥국생명은 2018년에도 제판분리를 검토했지만, 오너 리스크와 유동성 비율 문제로 좌초된 바 있다.

또한 당시 자회사 설립 요건 역시 충족하지 못했다. 보험업감독규정상 보험사는 유동성 비율이 100% 이상, 지급여력(RBC)비율이 150% 이상이어야 자회사를 소유할 수 있다.

현재는 자회사 설립 요건을 갖춘 상태다. 흥국생명의 지난해 말 유동성 비율은 132.4%로 개선됐다. RBC비율 또한 지난해 3분기 기준 172.1%를 기록했다.

이 전 회장이 현재 복귀할 수는 없지만 사실상 경영에 관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 나오는 가운데, 과거 검토한 자회사형 GA 설립을 추진하면서, 업계 추세에 발 빠르게 합류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흥국생명 관계자는 “제판분리에 대해 내부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고 답했다.

◇ 생보사 제판분리 기조 확산

보험업계 제판분리 기조는 특히 생명보험사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앞서 출범한 미래에셋금융서비스와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신한금융플러스가 대표적이고, 이 외에도 교보생명과 푸르덴셜생명도 자회사형 GA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생보사들의 제판분리는 업황 악화로 인해 판매 실적 개선이 어려워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생보사 주력상품은 변액보험과 종신보험인데, 이 두 상품은 장기간 가입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어 판매율이 떨어지는 추세다. 반면 손보사 상품은 비교적 가입 기간이 짧아 판매하기가 쉽다.

설계사들 역시 자회사형 GA를 선호한다. 영업 시장이 포화 상태인 보험업계에서 더욱 다양한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GA 설계사는 생명보험 상품 계약을 맺다가도, 고객이 자동차보험 가입을 원하면 즉시 설계 가능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의 자회사형 GA 설립은 회사 리스크 완화와 설계사 이탈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며 “다만 기존 전속 설계사들과의 문제 등 여러 고려사항이 있어 망설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제공=흥국생명)
(사진 제공=흥국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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