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파견 인력이 부당이득금 ‘꿀꺽’
“전산 시스템 마련돼야 문제 해결”

#인력파견업체에서 근무하는 정씨는 파견근무 중인 병원에서 수납업무를 담당하면서 본인의 병원 진료 이력 등으로 임의 영수증을 발급해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정씨는 본인부담금상한제 적용으로 부당하게 약 900만원을 환급받았고, 보험사의 반환 요청을 거부했다. 보험사가 소송을 걸며 조사한 결과 정씨는 약 4200만원의 차액을 편취했다.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을 악용한 보험사기가 빗발치는 가운데, 부당하게 보험금을 편취한 사례가 또 적발됐다.

보험업계는 전산으로 처리되지 않아 줄줄 새는 보험금이 선의의 가입자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 있는 만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 청구 빈틈 노려 수천만원 차익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손보사는 이달 초 실손보험 가입자 정씨의 보험사기 건을 적발했다. 정씨가 편취한 실손보험금은 무려 4239만원이다.

정씨는 인력파견업체 직원으로, 강릉과 분당의 대형 병원에서 수납업무를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 진료를 받고, 스스로 임의로 영수증을 발급해 실손보험을 가입한 A보험사에 의료비를 청구했다.

A보험사가 사실 확인이 가능한 시기인 2018년부터 최근까지 정씨에게 지급한 보험금은 240여건, 총 5082만5000원이다. 정씨가 실손보험을 가입한 시기인 2014년부터 따져보면 더 많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후 A보험사는 정씨의 본인부담상한제 관련 건강보험공단에서 환급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900만원에 대해 반환을 요청했지만, 정씨의 반환 거부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본인부담상한제는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가계 부담을 덜기 위해 연간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이 개인별 상한액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을 공단에서 부담하는 제도다.

그러면서 건보공단 및 병원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을 하자, 정씨는 900만원에 대한 변제의사를 밝혔다.

A보험사는 정씨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 등으로 의심스러운 정황을 포착, 전문조사센터에 조사를 의뢰했다.

A보험사가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진료비 영수증에 대한 분석 결과 상당수의 진료비를 수납한 직원과 보험금을 청구한 피보험자가 동일인이었다.

또 건보공단과 병원의 사실조회 신청 결과도 A보험사에 청구한 금액과 실제 수납액이 큰 차이가 있었다. 정씨가 수납한 금액은 782만3494원이었으나, 보험사에 청구해 받은 돈은 5082만원으로, 4239만원의 차액을 챙긴 셈이다.

A보험사는 피보험자와 면담을 통해 영수증을 허위로 발급해 보험금을 편취했다는 자백을 받고 계약을 해지했다.

결과적으로 A보험사는 실손보험을 악용한 보험사기를 적발했지만, 정씨의 900만원 반환이 이뤄졌으면 묻혀질 행위였던 셈이다.

◇ 청구 빈틈, 청구 간소화가 해결

실손보험을 악용해 차액을 챙기는 보험사기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환자의 의료행위에 따른 실손보험금 청구가 전산으로 자동 처리되는 만큼 소비자에게는 편익을 제공하고, 보험사는 투명한 보험금 처리가 가능토록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에 소비자단체에서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조속한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보험사가 소비자 개인정보를 악용할 수 있으며, 보험가입 및 보험금 지급에 부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워 법안 통과를 반대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 빈틈을 악용한 보험사기는 빈번하다”며 “이는 선의의 피해자에게 부담을 안겨줄 수 있는 만큼 투명하게 보험금 처리가 이뤄질 수 있는 청구 간소화가 조속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Pixabay)
(사진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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