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빅테크사 사이 설 자리 찾기 ‘분주’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에 제동이 걸린 인슈어테크(Insurance+Technology) 기업들이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인슈어테크사는 기존 보험사와 달리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비중이 높아 해당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 인슈어테크, 마이데이터 서비스 ‘제동’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맵은 오는 3월 마이데이터 서비스 정식 출시를 목표로 보험사별 API(표준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데이터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마이데이터는 고객의 흩어진 신용정보를 한데 모아 보여주고 재무 현황과 소비 습관을 분석해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다. 인슈어테크사들은 이를 통해 새로운 수익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보맵은 지난해 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획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맵을 포함한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지난 5일부터 기존 스크래핑 기반 서비스를 종료하고 API 방식으로 데이터를 받아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보험사별 데이터 제공 기준이 일정하지 않다. 보험사가 제공하는 데이터 중 특약에 주계약이 포함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계피상이(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다른 계약) 정보 제공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점도 문제다. 본인이 가입하기 어려워 부모님을 계약자로 한 보험 계약이 대표적인 예다.
계피상이 정보를 확보하지 못하면 계약자의 보험가입 정보를 일부만 파악할 수 있고, 정확한 보장분석을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고객에게 맞춤 상품을 추천하는 게 불가능하다.
보맵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API 데이터가 갖춰지는 시기는 올 3월로 예상한다”면서도 “런칭 시기보다도 얼마나 정확한 데이터가 들어오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규제로 직격탄을 맞은 곳도 있다. 금융당국이 빅테크, 핀테크사의 보험 보장분석 기반 상품 추천 서비스를 중개 행위로 해석하면서 해당 서비스를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그간 인슈어테크사들은 마이데이터 사업을 준비하며 보험 보장분석 서비스를 제공해오고 있었다.
이에 보험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크는 기존 보험 보장분석 서비스를 중단하고, 하나생명과 함께 ‘보험 진단 서비스’를 내놨다.
새로운 보험 진단 서비스는 손님의 기존 보험 가입 내역을 분석하고, 보장 급부별 진단으로 보험 가입 현황을 정확히 분석해 추가 보장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보험 솔루션을 제시한다.
핀크 관계자는 “금소법 이슈로 기존의 ‘마이리얼플랜’을 중단하고, 하나생명과 제휴를 통해 광고 형식의 보험 진단 서비스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 빅테크 보험 규제, 새로운 과제
빅테크 플랫폼에 대한 보험 규제도 인슈어테크사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지난달 1일 금융위원회에 디지털 손해보험사 본허가를 신청했다. 업계는 올해 2분기 안으로 카카오페이가 본허가를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규제 예고는 거대 빅테크인 카카오페이를 염두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로 인해 보험 산업에서 걸음마 단계에 있는 인슈어테크사까지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한 인슈어테크사 관계자는 “보험을 포함해 금융 전반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사는 그나마 낫겠지만, 보험에만 집중하고 있는 인슈어테크사의 경우 서비스 제공의 한계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