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손해액 5조5000억원…백내장 보험금 청구 급증 영향

실손보험 손실 규모가 또 증가했다. 백내장 등 비급여 항목 진료비가 증가한 영향 때문이다. 지난달 출시된 4세대 실손보험은 보험사의 비용 지출 부담을 낮추고, 소비자의 부담을 높인 만큼 손보사의 손실을 줄일 수 있을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 실손보험 손실 증가로 손보사 부담 커져

1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실손보험 발생손해액은 5조527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4조9806억원)보다 11%(5465억원) 늘어난 수치다.

2018년부터 최근 3년간 실손보험 손해액은 2018년 7조4552억원, 2019년 9조4638억원, 2020년 10조1017억원으로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1월 구실손 보험료는 손보사별로 6.8~21.2%, 표준화실손 보험료는 8.2%~23.9% 인상됐지만 손실은 오히려 증가했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한 ‘문제인 케어’로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되면서 비급여 항목 진료비가 늘어난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대표적으로 백내장 관련 수술보험금이 급증했다.

손보사 실손의료보험 통계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은 2016년 779억원에서 2017년 1432억원, 2018년 2553억원, 2019년 4300억원, 2020년 6480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는 5년 전인 2016년(779억원)보다 8배를 넘는 액수이다.

지난해 실손보험 발생손해액 약 11조인 것을 감안했을 때 약 6%에 달하는 금액이 백내장 수술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백내장 수술로 청구되는 보험금은 1조152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술보험금의 증가 요인으로는 검사비를 과다하게 책정하는 일부 안과의 행태를 꼽을 수 있다. 2016년 1월 다초점렌즈가 실손보험 보상 대상에서 제외되자 이제는 다초점렌즈 가격을 낮추고 비급여 항목인 검사비를 높여 수술 비용을 올리는 것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비급여 검사비의 1회당 평균 가격은 상급종합병원이 8만원이다. 반면 의원급은 26만원으로 무려 3배 이상 비싸다.

또 백내장 수술 관련 보험사기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금감원에서 집계한 혐의 보고는 69건으로 2018년(39건)보다 77% 증가했고, 같은 기간 혐의 금액은 26억원에서 205억원으로 약 8배 상승했다.

◇ 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 개선 가능성은

손보업계는 4세대 실손보험이 구‧표준화 이후 실손보험의 높은 손해율을 일부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4세대 실손보험은 급여(주계약)와 비급여(특약) 항목으로 분리해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산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과잉 진료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출시된 상품인 만큼 자기부담금 수준이 현행보다 10% 인상됐다.

특히 비급여 의료 이용으로 연간 보험금을 300만원 이상 받은 가입자는 그다음 해 보험료가 최대 4배까지 인상하는 보험료 차등제를 적용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관련 통계를 수집한다는 계획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4세대 실손보험은 손해율을 낮출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 반가운 상품이다. 다만, 기존 가입자들이 4세대 실손보험을 기존 상품보다 불리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갈아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5개사의 4세대 실손보험 판매량은 5만2108건으로 나타났다. 이중 기존 상품에서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탄 건수는 1만499건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4세대 실손보험이 단점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보험료가 저렴하고 필수 보장이 오히려 늘어 소비자의 상황에 따라 더 유리할 수 있다“며 “아직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길게는 3년 이상 경과를 지켜봐야 성패를 가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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