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로 설명
보험사 재무건전성에도 부정적 요소
금융당국 “50% 이상으로 바꿔라”

무·저해지보험은 2015년 처음 출시되며 보험업계에서 획기적인 상품으로 불렸다. 이후 가성비 상품 등으로 불리며 금융당국도 권고할 만큼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았지만, 불완전판매와 소비자보호 및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문제가 지적되며 최근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게 된 무·저해지보험의 변천사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 당국, 50% 미만 위험성 크다 판단

생보업계에서는 종신보험을 무‧저해지 상품을 주력으로 출시, 판매했다. 종신보험은 생보업계 대표 상품이지만, 보험료가 비싸고 사망 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가입 니즈가 떨어지고 있어서다.

판매 방식을 보면 보험료는 싼 반면, 환급금은 높고 중간에 필요하면 돈을 빼서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후에 비과세로 연금 전환까지 할 수 있어 1석 3조의 상품으로 판매됐다.

종신보험은 과거부터 이처럼 저축성보험 형태로 많이 팔리며 일명 ‘고금리 비과세 통장’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불완전판매 논란이 있을 때마다 거론되기도 했다. 상품의 주된 기능보다 부가적인 기능이 주로 설명돼, 소비자가 저축성보험으로 오인해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불완전판매 관련 보험 민원은 총 4695건이었는데, 이중 종신보험 비중은 69.3%로 가장 높았다.

이런 가운데, 무‧저해지형 보험은 안 팔리던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더 오인케 하는 발단이 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하기도 했다.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해지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보험의 판매가 급증하면서 소비자 피해가 확산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무‧저해지 상품은 보장성 보험임에도 목돈마련 목적의 저축성보험처럼 안내되거나 납입기간 이후의 높은 환급률만 강조되는 사례가 있어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상품이 대거 팔릴수록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에도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사는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책임준비금이라는 보험금 지급 의무를 갖는다. 하지만 무‧저해지형 보험의 경우 적은 보험료를 받는 반면 보험금 및 환급금은 같거나 많고, 실제 해지율이 예상 해지율보다 낮아 향후 보험사의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 6년 만에 시장서 퇴출…“소비자 선택권 제한”

금감원은 결국 지난달 50% 미만 저‧무해지형 상품의 퇴출을 예고했다. 전체 보험사에 공문을 발송해 이달 14일 이후로 판매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당시 금감원은 보험료 납입완료 후 표준형 해지환급금 50% 미만을 지급하는 저‧무해지형 상품에 대해 표준형 해지환급금 50% 이상 지급하는 상품으로 개정 판매토록 권고했다.

그러면서 절판마케팅에 따른 과당경쟁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의 생각은 달랐다. 인기 상품을 팔 수 없게 되자, 곧장 절판마케팅을 시작했다.

절판마케팅은 판매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품의 장점을 위주로 설명해 판매하는 만큼 불완전판매 가능성 혹은 소비자가 현혹돼 충동적으로 가입할 가능성이 높은 판매 방식이다.

보험사들은 이번 금융당국의 조치에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금전적 여유가 없는 소비자도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형태로 출시됐지만, 판매가 불가능해져 또 다른 보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책이 바뀌면서 2015년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이 무의미해지고 있지만, 소비자의 상품 선택권을 제한하는 조치는 다른 시각에서 보면 또 다른 보험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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