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어차피 적자, 이것도 안 돼”…가입 제한
소비자 접근성 높은 상품…설계사 “팔고 보자”

이달 출시된 4세대 실손보험을 바라보는 보험사와 설계사의 시각 차이가 발생했다. 보험사는 만성 적자 상품 구조상 가입 문턱을 높이는 등 유입을 막는 반면, 설계사는 실손보험 가입 니즈가 큰 만큼 소비자 접근성이 높아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 팔수록 적자, 보험사들 가입 문턱 높여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5개 생보사와 10개 손보사는 4세대 실손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4세대 실손보험은 주계약(급여)와 특약(비급여)를 분리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앞서 출시된 실손보험의 통계를 바탕으로 보험금 누수가 큰 도수치료나 치료제 등 일부 비급여 항목은 보장을 제한했다.

보험료 부담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등급에 따라 할인‧할증한다. 할인은 최대 5% 내외, 할증은 최대 3배까지다.

4세대 실손보험은 2017년 4월 출시된 신(3세대) 실손보험의 문제점을 일부 보완했다. 기존에 판매된 실손보험들이 130%를 웃도는 손해율을 기록하자, 자기부담금 비율을 높이고 보험금을 타가는 만큼 보험료를 내도록 했다.

보험사들은 일종의 손해율 악화 안전장치가 마련됐음에도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이 3세대 실손보험의 보험료 할인율을 적용토록 하면서 판매 초기부터 손실을 감수해야 해서다.

상품의 특성상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골칫거리다.

실손보험은 국민 3900만여명이 가입한 제2의 국민보험이다. 이중 자기부담금 비율이 0~10%대로 낮은 구실손‧표준화실손보험 가입자는 전체의 80.9%에 달한다. 2017년 4월 신 실손보험이 출시됐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실손보험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신 실손보험의 손해율도 100%를 넘기면서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4세대 실손보험도 상품의 특성상 손해율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게 보험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4세대 실손보험의 가입 문턱도 높였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전환용만 남겨둔 채 상품 판매 자체를 중단하기도 했다.

생보사 중에서는 삼성생명이 최근 2년간 모든 보험사로부터 받은 보험금이 100만원을 넘으면 가입을 할 수 없도록 막았다.

교보생명은 최근 2~3년 전부터 실손보험 손해율이 급증해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지난 5월경 의적 언더라이팅을 강화했다.

실손보험 가입 시 5년 이내 보험금 수령이 있는 경우, 고지에 해당하는 병력 유/무와 질병의 정도(경도, 중등도, 고도)에 따라 가입 전 심사를 거친 후 가입이 가능하다.

또한 2년 이내 병력 중 높은 재발률로 추가검사비 등 지급 가능성이 높은 병력은 가입이 제한될수 있으며, 이런 경우 재보험사를 통해 조건부로 가입이 가능하다.

손보사 중에선 삼성화재가 최근 2년간 모든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수령액이 50만원을 넘을 경우 가입을 할 수 없도록 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구‧표준화 실손보험 가입자가 전환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출시 초기부터 3세대 실손보험 할인율을 적용토록 하면서 보험사들이 신규 가입 자체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 ‘수당이 먼저’ 실손 마케팅 여전

설계사들은 실손보험이 고객에게 가장 접근하기 좋다는 이유로 판매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실손보험이 보험 가입의 기본으로 여겨지면서 쉽게 접근할 수 있고, 4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할인율 및 차등제 등으로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소비자에게는 전환이 유리할 수 있어서다.

실제 일선 영업현장에서는 설계사가 고객을 만나 4세대 실손보험의 장점으로 ‘저렴한 보험료’, ‘보험금 미청구 시 보험료 할인’ 등을 주로 언급하며 전환 또는 신규 가입을 권하고 있다.

특히 실손보험 판매 단계에서 이뤄지는 고객 접촉은 향후 수수료가 높은 보장성보험 및 장기인보험 판매로도 이어질 수 있어 판매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 보험설계사는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실손보험은 고객에게 다가가기 가장 쉬운 상품”이라며 “본인의 실적 및 수당을 위해서는 일단 팔고 보는 게 당연한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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