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보험가입 차별 우려

앞으로 보험사가 공공데이터를 활용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개인정보 유출, 보험 차별 등을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일부 보험사들이 최근 보건복지부 소속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이 운영하는 IRB(Institutional Review Board, 기관생명윤리위원회)에 공공의료데이터 활용을 위한 연구계획서를 제출·승인받는데 성공했다. 

보험사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유한 보건 의료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의료데이터에는 진료 내역, 처방 내역, 건강검진과 장기 요양 등 기록이 모두 포함돼 개인정보 유출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 IRB에 이어 심평원 심사 통과, 의료데이터 활용 가능해져

공공의료데이터 활용에 물꼬가 트이면서 보험사들의 기대감은 고조되고 있다. 

지난 4일  KB손해보험과 KB생명보험은 한차례 반려된 후 연구계획을 수정·제출해 공용 IRB 승인을 얻었으며 19일엔 한화생명이 승인을 획득했다. 교보생명과 신한생명도 조만간 연구계획을 승인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 밖에도 현재까지 삼성생명, 한화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보험사가 공용 IRB에 건강보험 진료정보 활용 연구계획서를 제출했다.  IRB 심사를 통과한 보험사가 심평원 심사까지 통과하게 되면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보헙업계는 그동안 외국 데이터를 참고하느라 우리 국민의 체질에 맞는 보험상품을 개발하기 어려웠는데, 데이터 활용으로 맞춤형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보험사는 유병자와 고령자 대상 전용 상품을 출시해 혜택을 확대하고, 정확한 보험료 산정을 통한 보험사 수익·건전성 회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개인정보 유출 사고, 또 다른 소비자 피해 생길까 우려 

소비자 단체들은 그동안 보험사가 개인정보를 무단 열람하거나 유출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또한, 개인정보를 당사자의 동의 없이 활용하는 것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개인 질병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민감 정보이다. 민감 정보는 정보 주체의 별도 동의를 받거나 법에서 허용하는 경우 외에는 활용이 제한된다. 

2011년 한화손보에서는 해킹 사고로 자동차보험 고객 15만 7901명의 정보가 유출되었고 2013년 메리츠화재에서는 내부 직원이 고객정보를 유출해 16만 3925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된 바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보험사들이 생명보험협회로부터 개인 질병정보를 불법 수집해 보험금 지급 심사자료 등 마케팅 자료로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단체는 과거의 선례를 비춰보면 보험사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건강보험공단이나 심평원이 보유한 데이터는 국민 대다수의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는 공공데이터인데, 이 정보를 민영 보험사들이 활용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또한, "개인정보가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 수 없다. 비식별화된 정보라 하더라도 기업들이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식별 가능하게 할 수도 있기에, 개인정보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회사들의 마케팅이나 다른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소비자 피해를 양산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차별로 이어질 가능성 있어

보험사들이 객관적인 기준 없이 일방적으로 가입을 거부하는 행태가 발생한 가운데, 건강보험 데이터가 보험 가입이나 보험금 지급 거절, 보험료 차별에 활용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17년 한 생보사는 40대 남성 A 씨에게 다리에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생명보험 가입을 거절한 적이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합리적인 통계 원칙, 수긍할 만한 의학적·과학적 진단 결과 없이 보험 가입을 거부한 것은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며 A 씨에게 위자료 3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2017나77468)

지난 5월에는 보험사들이 불안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신경안정제를 복용한 사람의 보험 가입을 거절한 적이 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의학적 근거나 검증된 통계자료 등 객관적 근거 없이 불안장애 치료 이력을 이유로 보험 가입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재화·용역의 공급·이용과 관련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4월 보험연구원 리포트에 따르면, 코로나19 완치자들의 신규 보험 가입이 거부되거나 유예되는 등 코로나19 완치자들이 보험 가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보험사는 소비자가 복용하는 약물이나 장애를 구실 삼아 여전히 보험 가입을 거부하고 있다. 보험사가 공공데이터를 활용하게 되면 개인 민감정보를 확인해 보험 가입 차별 등에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했다. 

                                                                       사진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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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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