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문제...보험업계에 대한 요구와 역할에 대한 기대 커져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우울증·불안 등 국민 정신건강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보험사가 국민의 정신질환 위험관리에 나서며 정부뿐만 아니라 보험사의 역할에 귀추가 주목된다.

보험연구원은 20일 'KIRI 리포트'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정신질환 위험과 보험회사 역할' 보고서를 게재하면서 우울증·불안장애 유병률 국가별 통계 결과를 발표, 각국 정부와 보험사의 정신질환 위험관리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 코로나19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 심각…코로나 블루 시대

자료 출처 = 보험연구원
자료 출처 = 보험연구원

OECD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각국의 우울증·불안장애 유병률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코로나19에 따른 정신질환 문제가 전 세계에서 심화되고 있다. 2020년 유병률은 코로나19 1차 유행 시기(3~4월)를 기준으로 한 국가별 추정치이며, 이번 OECD 보고서는 코로나19 확산 기간 국가별 정신질환 유병률 통계를 객관적 정보로 취합·보고했다. (그림1 참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감염 위험, 사별의 경험, 실직·소득 감소에 따른 경제적 불안, 사회적 고립 등 여러 스트레스 요인들이 인의 정신건강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은 코로나19 발생 전 연구가 없어서 비교가 어렵지만 2020년 기준 불안장애에 걸린 비율이 29.5%로 조사 대상 국가 중 네 번째로 높은 수치였고, 우울증 유병률은 36.8%로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코로나19 이후 불안장애를 겪는 비율은 높은 순서대로 멕시코 50%, 영국 39%, 미국 30.8%였고, 이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적게는 20%p, 많게는 35%p 증가한 수치이다. 우울증에 걸린 비율 역시 한국을 제외하고 높은 순서대로 스웨덴 30%, 멕시코 27.6%, 호주 27.6%였고, 코로나19 이전 대비 17.2%~24.6%p 늘어났다.

코로나19는 이전에 유행한 전염병과 달리 변이가 지속되고 높은 전파력을 가지고 있어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고 종식되더라도 개인의 정신건강 악화와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신질환 관리의 실패는 노동생산성 감소, 치료비 지출 확대와 같은 사회경제적 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지며,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인한 글로벌 생산성 손실 비용은 연간 약 1조 달러(한화 약 1,100조 원)에 달한다.

영국 왕립정신의학회(Royal College of Psychiatrists)와 바르셀로나 글로벌보건연구소(IS global)는 코로나19에 따른 정신질환과 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세계 2차 대전 이래 인류 정신 건강상 최대 위협이 될 것이며 집단면역 체계가 형성된 후 적극적인 대처와 개입의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며, 정신질환 문제에 대한 대응책 수립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 사회 안전망으로서 정부·보험사의 역할 대두해

각국 정부 및 국제기구가 정신질환 관리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보험사가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대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정부는 ‘Mental Health Recovery Action Plan’에서 2022년까지 국민보건서비스(NHS) 내 우울증·불안장애 상담서비스 확대 시행 및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맞춤형 의료관리 제공 등 다양한 정신질환 관리 계획을 발표했다.

UN은 정신건강 서비스 확충 등을 위한 전 사회적(a whole-of-society) 공동대응·지원을 권고하며, 보험 분야에서는 의료혜택 및 건강보험을 통한 정신질환 위험보장이 필수적임을 언급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 1월 향후 5년간의 정책 방향을 담은 ‘제2차 정신건강복지 기본계획’을 수립, 6대 전략과 핵심과제를 마련했다.

정부가 마련한 6대 추진 전략별 주요 정책 과제를 살펴보면 △코로나19 대전환기 전 국민 정신건강 증진 △정신의료서비스의 획기적 개선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내 자립 지원 △중독 및 디지털기기 등 이용장애 대응 강화 △자살로부터 안전한 사회 구현 △정신건강에 대한 국가책임과 공공성 강화 등이 있다.

정부는 2025년까지 예산 2조 원을 투입해 정신건강 문제 대비체계를 구축하고 민관 협력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보험사들 사이에서는 정신질환 관련 담보에 대한 구체적인 인수 기준을 마련하는 등 기존의 보장 체계를 개선하고 정신질환 위험보장 공백을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현재 보험 약관에 따르면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고에 대해서 보장하지 않는다. 또한, 정신과 질환 및 행동장애(F04-F99) 진단에 대해서는 보상을 하지 않는다. (다만, 병명 코드 F04~F09, F20~F29, F30~F39, F40~F48, F90~F98과 관련한 치료에서 국민건강 보험법에 따르는 요양급여에 해당하는 의료비는 보상)

그러나 코로나 19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보험사가 국민의 정신질환 관리를 담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현대해상은 최근에 '(무)마음드림메디컬보험' 정신질환I치료(90일이상약물처방) 등 3종 특약을 출시했다. 급격한 환경변화에 따른 스트레스와 면역기능 저하로 발병하는 정신질환·만성질환·성인병 등을 종합적으로 보장하는 상품이다. 중증질환에 대한 고비용의 치료는 물론 입원·수술·통원으로 이어지는 치료의 모든 과정을 보장한다.

교보생명은 작년 8월 헬스케어부터 간편 보험금 청구 등 인슈어테크 서비스까지 통합된 고객서비스 앱 케어(Kare)를 출시했다. 최근 코로나19 블루 마음건강 극복을 위한 멘탈케어 서비스도 추가되었다. 스트레스와 우울 등 6가지 테스트로 마음건강을 종합적으로 분석을 할 수 있고 컬러 테라피를 통해 스트레스로 인한 심신 긴장을 치유할 수 있게 지원해준다.

삼성화재는 작년 11월 통합 건강관리 서비스 애니핏을 출시했다. 맞춤형 스마트 건강검진예약과 스트레스, 우울증 등에 대한 자가진단이 가능한 마음건강체크 서비스를 제공한다.

생명보험사들이 지원하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우울증 단계를 넘어 자살 등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과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이지만 한편으로는 각종 위험을 담보함에 따라 국민 건강에 대한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보험업계가 정신건강 관련 상품을 제공하거나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함으로써 고객의 건강한 삶을 지켜주는 데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