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법 개정안 나왔으나 여전히 선명한 입장차이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도입이 여전히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10년 넘게 보험업계와 의료 업계의 입장 차이가 반복되고 자동청구 도입 여부는 묘연하다.

소비자 편의성 증대를 위해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를 주장하는 보험업계와 개인의료정보를 민영보험사로 전송하는 것에 대해 반발하는 의료업계의 입장이 또 다시 맞부딪히고 있다.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보험업계와 의료업계, 국회의원 및 유관 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보험업법 개정안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보험업계, 3천 9백만 소비자 편의성 증대

보험업계는 이번 토론회에서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박기준 손해보험협회 장기보험부장은 “의료민영화, 고객정보무단 사용이라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터무니 없다”며 “금융 거래에서 고객정보활용은 ‘고객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고, 청구 전산화가 구현되더라도 고객 동의 없는 정보 활용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연간 보험금 청구건은 1억 6백만건이고, 종이 서류가 4억장이 넘는다”며 “실손보험 자동 청구화와 관련해 지난 10년간 공감대가 형성되어 왔고 소비자를 위한 마음으로 구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동엽 금융위 보험정책과장은 “의료계가 주장하는 개인정보 문제 제기는 청구 전산화를 무산시키기 위한 시도인지 의문이 들고 소비자가 의료계의 주장을 들으면 기분이 나쁠 것 같다”며 "의료계가 의료민영화 뒤에 숨어서 혁신의 싹을 잘라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손의료보험은 대한민국 국민 3천 9백만 명이 가입한 상품이다. 보험연구원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해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131.7%로 집계됐다. 실손의료보험은 보험사 입장에서 보험료 100원을 받고 보험금 131원을 지급하는 적자 상품이다.

보험사가 실손의료보험이 적자 상품임에도 청구 전산화를 강력히 주장하는 것은 소비자와 보험업 실무자의 편의성 증대를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손의료보험 자동 청구화를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도 확인됐다.

코리아리서치가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한 ‘보험금 청구 관련 인식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47.2%가 실손의료보험 청구를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대다수는 진료금액이 적거나 청구서류를 준비하지 못해 청구를 포기했다.

또한 전체응답자 중 85.8%는 소비자 본인 동의시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구비서류를 병원에서 보험사로 자동으로 전송하는 것에 찬성했다.

보험업법 개정안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 유튜브 중계화면 캡쳐
보험업법 개정안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 유튜브 중계화면 캡쳐

 

◇의료업계, 개인의료정보 집적화 반대

한편 의료업계는 실손의료보험 자동 청구화에 대해 보험사와 금융위원회가 의료기관의 진료정보를 전산으로 자동 수취하는 것이라며 이번 개정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민영보험이 청구 편의를 빌미로 의료기관의 건강정보를 쉽게 수치하겠다는 것은 월권이며 건강보험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민영보험과 건강보험이 계약관계로 경쟁하려는 발판”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와 국회는 보험가입자의 편의성 보다는 국가보건체계의 지속가능성과 적정성을 우선해 이번 개정안을 폐기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는 "의료 정보를 민영보험사가 전산정보로 가져가는 것은 공사 구분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국민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제도의 역할을 증대하는 것이 낫다" 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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