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집한 계약 돌려줘야" VS "돌려줄 의무 없다" 팽팽

“보험설계사인 저를 통해 보험계약을 한 고객은 제게 관리를 받고 싶어합니다. 단지 회사를 이직했다는 이유로 제가 모집한 계약을 이관해주지 않는 건 부당합니다”(보험설계사 A씨)

“계약이관은 사적자치의 영역입니다. 보험업법을 비롯해 관련 법에서 규율하는 게 없습니다. 위촉계약이 말소되면 계약을 관리할 권한도 없어집니다”(대형GA 관계자 B씨)

보험설계사의 이직이 활발해지면서 계약이관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보험설계사는 본인이 보험계약을 모집한 만큼 계약을 이관해줘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법인보험대리점은 위촉계약서 내용을 근거로 계약이관 의무가 없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계약이관 해달라”...금감원 민원 제기하기도

보험설계사들은 이전 직장에서 모집한 보험계약을 이관해달라고 지속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험설계사 A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A씨는 수년 전 본인이 모집한 계약을 이관해 달라고 전 직장(GA)에 요청했다. 고객들이 보험금 청구 등 A씨에게 관리를 받고 싶다고 하자 계약이관을 구한 것이다. 하지만 이전 직장인 GA는 보험게약을 이관해줄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보통 보험설계사는 보험모집 완료 후에도 고객의 여러 요청을 처리한다. 보험료납부 자동이체 계좌 변경 등 요청사항을 접수해 도움을 주는 게 보통이다.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하며 고객이 보험금을 수령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문제는 보험계약 이관은 사적자치의 영역으로 위촉계약이 말소된 경우 GA는 계약을 넘겨줄 의무가 없다. 현재 대다수의 GA는 위촉계약서에 보험계약 이관이 불가능하다는 조항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 12일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계약이전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현재까지 보험설계사 중 이전 직장에 계약이관을 요구해 제대로 받은 사례는 소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GA업계 관계자는 “계약이관을 해야 고객을 관리할 수 있다. 보험금 청구라든지 자동이체 계좌 변경 등은 계약에 접근할 권한이 있어야 가능하다”라면서 “계약이 이전되지 않으면 고객을 관리하는 건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사진출처=PIXABAY)
(사진출처=PIXABAY)

◇계약이관 의무 ‘NO’ 수금수수료·갱신수수료 이유

GA가 보험계약을 이관해주지 않는 대표적인 이유는 수수료 수입 때문이다. GA는 자사 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을 체결할 경우 원수보험사로부터 수금수수료와 갱신수수료를 지급받는다. 수금수수료는 보험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의 일정비율을 GA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다.

갱신수수료는 보험계약 상 포함된 특약이 갱신될 때마다 GA에게 제공되는 수수료다. 특히 모집계약의 보험료 납입이 지속되는 한 무기한으로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즉 보유계약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큰 규모의 보험료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추가적인 보험계약을 기대할 수 있는 점도 계약이관에 난색을 표하는 이유 중 하나다. GA는 보험설계사가 이직하면 해당 설계사가 보유한 계약을 연임자에게 배정한다. 연임자는 계약자에게 새로 담당하게 됐다며 연락을 하고 다시 접점을 만들어 영업에 활용한다.

GA업계 관계자는 “수금수수료와 갱신수수료는 기본급처럼 지속적으로 나오는 수입원이다. 계약이 많으면 많을수록 원수사로부터 받는 액수도 커진다. GA가 계약을 이관해주면 수입이 줄어든다는 얘기”라면서 “수입이 줄어드는데 계약을 이관해줄 GA가 있겠느냐”고 밝혔다.

다른 GA업계 관계자는 “GA는 보유계약 자체를 자산으로 본다. 연임자가 배정되면 고객에게 인사차 미팅을 잡는 등 새로운 계약의 접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지난 2015년 국회는 보험설계사가 이직했을 때 기존 계약을 그대로 관리할 수 있는 보험계약이관제도 도입을 논의했지만 법제화하지 못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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