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 청구 간소화 두고 보험업계와 의료업계 갑론을박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문제를 둘러싼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각계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청구 간소화를 위한 토론의 장을 마련했지만 12년째 이어지는 입장차이만 확인했을 뿐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10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등이 개최한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위한 입법 공청회’가 진행됐다. 참여자들은 실손의료비 청구 간소화에 대한 쟁점을 공유하고 찬반 의견을 개진했다.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수는 지난해 9월 기준 약 3,900만명으로 집계된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금 청구 시 증빙서류를 병원에서 일일이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 청구 간소화 빠른 통과 촉구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실손의료비 청구를 위한 구비서류를 준비하는 데에 금전적 시간적 비용이 발생하고, 의료기관과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보험청구 서류 발행으로 인한 행정적인 업무부담이 된다. 연간 수억 장에 달하는 종이가 낭비된다는 점에서 최근 대두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관점과도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권고한 지도 10년을 훌쩍 넘겼다. 더 이상 미루기에는 국민들께 송구스럽고, 디지털 혁신의 선두에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 대다수 보험 소비자 실비 청구 시스템 개선 원해

녹색소비자연대ㆍ소비자와함께ㆍ금융소비자연맹 등 3개 시민단체는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하여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만 20세 이상 최근 2년간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일반국민 1,000명이 대상이다.

설문조사 결과, 최근 2년내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대상자 47.2%가 실손의료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것으로 집계됐다. 청구 포기 사유로는 ① 진료금액이 적어서(51.3%), ② 진료 당일 보험사 제출 서류를 미처 챙기지 못했는데 병원을 재방문할 시간이 없어서(46.6%), ③ 증빙서류 보내는 것이 귀찮아서(23.5%) 등 이었다.

또한, 실손의료보험 청구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78.6%로 집계됐다. 본인 동의 시 진료받은 병원에서 보험사로 증빙서류를 전송하는 방식에 대해 85.8%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소비자들은 보험금 청구시 민간 핀테크업체나 보험업 관련 단체보다는 신뢰도가 높은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전해졌다.

▲ 코리아 리서치 설문조사(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보도자료)

◇ 청구 간소화 반발하는 의료업계

의료업계 발제자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는 “의료계는 이미 법 개정 없이도 청구 간소화를 민간회사들과 협의하여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또한 “보험 계약관계의 이행 주체는 보험사이며, 보험업법 강제화하여 의료기관에서 서류 전송 주체가 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밝혔다.

토론자 대한의사협회 지규열 위원은 “보험금 청구 서류는 보험사마다 다르고, 단일화되어 있지 않다” 또한 “인프라에 대한 비용을 누가 먼저 부담할 것이며, 비급여 내용까지 공공기관인 심평원을 통해 청구하게 되는 것은 한 기관에 대한 과도한 집중이다"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정부, 보험협회 관계자들은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에 찬성을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의료 업계는 계약관계의 주체 및 인프라 비용, 심평원 기능 과도화 등을 이유로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정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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