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신 수석)

자동차사고로 다친 환자는 자동차보험으로 진료를 받는 것이 원칙이다. 피해자는 보통 가해자가 가입한 대인배상으로 보상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해차량 운전자 본인이나 운전자 가족이 다쳐서 자동차보험 자손(자기신체사고) 혹은 자동차상해로 보상받는 경우에는 건강보험으로 먼저 처리를 한 후 환자 본인부담금에 대해 자손 혹은 자동차상해로 보험회사에 청구할 수도 있다.

자손이나 차상해의 경우 보상한도가 있어 전부보상이 되지 않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또 가해자가 무보험이거나 책임보험만 가입하여 가해자의 변제능력이 없다면 건강보험으로 우선 진료를 받는 것이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종전 국민의료보험법에서는 범죄행위로 인한 상해는 의료보험 보호대상이 아니었고, 교통사고 안전운전불이행 사고도 도로교통법 위반이 되어 의료보험 보호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나 이 조항이 헌법불일치 판결을 받았고 2000.1. 1일 국민건강보험법으로 개정되면서 안전운전불이행 사고는 건강보험 보호대상에 포함 되었고 피보험자의 고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사고만 의료보험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따라서 음주운전, 중앙선침범 등과 같은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가 아닌 한 교통사고의 가해자, 피해자 모두 건강보험 처리가 가능해졌다.

단 가해자의 과실로 피해자인 건강보험수급권자가 진료를 받는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선처리 후 가해자를 상대로 전액 구상금청구권을 행사해왔다.

종전 대법원 판례(대법원2016.12.29.선고 2014두40340 판결 등)에서는 공단이 불법행위의 피해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다음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 제1항에 따라 불법행위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하는 경우에, 그 대위의 범위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공단이 부담한 보험급여비용 전액이었다. 이는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으로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그만큼 감축되었다. 이 방식은 보험수급자에게 불리하였지만 국민건강보험 재정확보를 이유로 법원에서 얼마 전까지 인정되어 왔다,

그러나 2021.3.18.일 대법원 판결(2018다287935)에서는 위와 같은 ‘과실상계 후 공단부담금공제’ 방식이 배척되었다.

즉 공단이 불법행위 피해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다음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하는 경우 그 대위의 범위는 공단부담금 전액이 아니라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하였고, 나머지 금액(공단부담금중 피해자의 과실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피해자를 대위할 수 없도록 하였다. 이는 보험급여 이후에도 여전히 손해를 전보 받지 못한 피해자를 위해서 공단이 최종적으로 부담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불법행위가 없었을 경우 수급권자가 누릴 수 있는 보험급여 이익과 그에 따른 법적 지위와의 균형, 수급권자와 공단 사이의 형평을 고려하면 공단의 대위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공제 후 과실상계’방식으로 변경한 것이다.

알기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교통사고 가해자의 책임비율이 80%, 수급권자인 피해자의 과실이 20%인 사고에서 치료비가 총 1,000만원이 발생하였고 이 중 건강보험공단 부담금이 600만원, 수급권자인 피해자 부담금이 400만원이라고 하자.

이 때 공단이 수급권자를 대위하여 가해자에게 구상하는 경우, 총 600만원에서 가해자의 책임비율(80%)인 480만원만 구상하도록 하였고, 수급권자의 과실(20%)에 해당되는 120만원은 수급권자가 보험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하였다.(종전에는 공단이 600만원 전액을 가해자에게 구상하여 공단 최종부담금은 제로였음)

그렇다면 수급권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전체 진료비(1,000만원)에서 공단부담금(600만)을 공제한 뒤 과실상계를 한 금액(400만*80%)인 320만원이 되고, 최종적으로 가해자는 800만원(420만+320만), 공단은 120만원, 피해자는 80만원의 손해를 각각 부담하게 된다.

이는 수급권자를 질병·부상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건강보험법의 취지에 부합하고 수급권자 과실이 100%인 경우와 비교해도 형평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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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신 수석

삼성화재(1992~2018)근무, 유튜브 '보험작가TV' 방송, 손해사정사, 도로교통사고감정사, 보험조사분석사, 시인/수필가('19년 샘터문학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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