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부족으로 편의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다반사… 올바른 실천 위한 준비 필요

 

최근 삼성생명, 신한생명, 동양생명, MG손보 등 다수 보험사가 새로운 어린이보험 상품을 선보이며 어린이보험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이를 보며 ‘이건 좀 논란이 있겠는걸’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어느 크리에이터가 개인방송에서 사용한 이후로 온라인상에서 꽤나 자주 사용되고 있는 표현이다. 어린이보험 출시와 관련해 해당 표현이 떠오른 것은 이를 두고 ESG 경영의 일환 혹은 그와 연관 지어 표현하는 보험사 관계자의 이야기가 종종 들려와서다.

분명 현시점에서 ESG 경영은 어디에든 붙여 사용 가능한 일종의 만능 아이템과도 같은 느낌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같은 느낌이 크다는 것이 현재 보험업계에서 ESG 경영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지는 데에는 ESG에 대한 개념 부족의 영향도 적지 않다. ‘ESG경영 선포식’을 진행하기는 했으나 중요 사안으로 자리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보니, 올바른 실천 사례는커녕 명확한 개념 정의조차도 애매한 부분이 있을 정도로 준비가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때문에 어느 정도 비슷한 느낌만 있어도 편의대로 입맛에 맛게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러 부분에서 ‘ESG 경영의 일환’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나 대부분이 내부적으로 ‘ESG’에 대한 공부를 진행하는 단계 정도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며 “최근 중요도가 높아진 새로운 개념에 가깝다 보니, 어떤 활동이 ESG인지는커녕 정의조차 애매한 영역이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개념이 애매한 단계이기는 하나 어린이보험 출시를 두고 ESG 경영의 일환이라 칭하는 것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ESG 경영의 뜻이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ESG 경영의 세 가지 요소중 어디에 특정 상품 출시가 들어갈 수 있을까? 해당 분야를 전혀 모르는 이가 봤을 때도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일 정도로 연관성이 부족하다.

해당 상품 출시를 ESG 경영과 연관 지어 설명했다는 이들 중에는 사회적 책임 경영과 연관 지은 이들이 적지 않다. 가정과 유치원 및 학교 폭력 등의 증가로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측면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설명한 이들에게는 미안하게도 전혀 공감되지 않는 이야기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ESG 경영의 S는 사회적 가치를 뜻한다. 즉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 예를 들면 ‘노사 간 상생협력’ 등과 같이 흔히 말하는 ‘좋은 일을 한다’에 가까운 표현인 것이다.

때문에 어린이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들 관련 상품을 출시하는 것을 사회적 가치에 부합되는 활동으로 보기는 힘들다. 그저 보험사라는 특정 ‘기업’의 이윤 창출을 위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어린이보험 출시를 두고 사회적 책임과 묶어 ESG 경영으로 설명한다면 일정 부분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이긴 한다”며 “자동차보험과 같이 관련 내용에 대한 사전 교육 등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면 일반적인 보험사의 이윤 창출 활동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가정 및 학폭 등 피해자에 대한 보장의 존재 자체가 상술의 ‘끝판왕’과도 같은 느낌을 든다. 가정, 유치원, 학교에서의 폭력이 최근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젯거리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이를 상품을 위한 아이템으로서만 활용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근절 캠페인 등의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공헌 활동의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삼성생명만이 상품 판매를 통한 수익금의 일부를 아동학대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어린이보험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념 부족으로 실천이 미진한 것과 잘못된 실천을 ESG 경영이라 포장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잘못된 사례들이 하나둘씩 쌓여가다 보면 언젠가 해당 보험사의 이미지를, 나아가서는 업계 전체 이미지를 좀먹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다행히 아직은 바로잡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존재한다. 무턱대고 활동에 나서며 우를 범하기보다는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요소에 부합하는 ESG 경영 활동으로는 무엇이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신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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