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험에 한정 판매, "판매기조 지속여부 따라 양상 달라질 것"

[보험매일=최석범 기자]메리츠화재가 장기인보험 상품의 유사암 진단비 가입금액 한도를 업계 최대인 4000만원으로 상향하자 손해보험업계가 술렁이는 모양새다.

보험업계는 경험을 통해 과당경쟁이 실익이 없다는 걸 학습한 만큼, 과거와 같은 수준의 경쟁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과 메리츠화재가 높은 가입금액 기조를 유지할 경우 순위에 민감한 손해보험사들이 경쟁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업계 ‘최고’ 메리츠가 쏘아올린 유사암 진단비

메리츠화재가 오는 23일부터 일부 모집채널에 한정해 어린이보험 상품의 유사암진단비 가입금액 한도를 4000만원까지 확대한다. 납입면제조건을 충족할 경우 500만원의 추가진단비가 제공돼 45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메리츠화재의 설명이다.

유사암은 갑상선암, 경계성종양, 제자리암, 기타피부암 총 4개를 지칭한다. 유사암은 일반암과 비교해 치료기간이 짧고 치료비 역시 저렴한데다 완치율도 높아 보통 일반암 진단비의 10~20% 수준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손해보험사 간 시장점유율(MS) 확대경쟁이 불이 붙으면서 유사암 진단비를 별도의 담보로 빼 판매에 들어갔다. 제작년 한 보험사가 특정 가입연령에 한해 유사암 진단비 가입금액을 5000만원까지 상향하는 등 경쟁이 과열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손해보험사 간 경쟁이 과열된다는 판단, 가입금액 한도 축소를 권고했다. 금감원의 권고 후 중대형사를 중심으로 유사암 진단비 가입금액 축소를 결정하자 경쟁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유사암 진단비 과당경쟁 촉발 1년 뒤에는 진단비 수준이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종료됐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메리츠화재가 유사암 진단비를 대폭 상향하고 신계약 극대화에 나선 것. 메리츠화재는 자사 어린이보험 상품의 20세 이하 가입자에 한해 최대 4000만원 진단비를 제공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 사진제공=메리츠화재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일정 조건까지 갖추면 최대 45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메리츠화재의 설명이다. 메리츠화재는 종합건강보험 상품에 대해서도 유사암 진단비를 3000만원으로 상향하겠다고 한 상태다.

◇유사암 진단비 ‘상향’ 업계 생각은

메리츠화재의 판매 드라이브에 다른 손해보험사들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손해보험업계는 과거 유사암 진단비 과당경쟁으로 상처만 입고 실익은 얻지 못했다. 제한된 시장에서의 경쟁은 사업비 지출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손해율 관리 측면에서 리스크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작년 손해보험사들이 불필요한 경쟁은 피하고 이익을 극대화화는 내실 다지기 경영에 전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메리츠화재가 판매 드라이브 기조를 이어갈 경우 순위에 민감한 손해보험사들이 한도를 상향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의 가입금액 상향이 과도한 경쟁으로 번질 가능성은 적다. 손해보험사들은 경험을 통해 경쟁의 결과가 좋지 않은 걸 알고 있다. 이런 이유로 2019년 이후 손해보험사들이 내실다지기 경영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리츠화재의 이같은 행보는 업계 순위에 민감한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의 고민이 될 수 있다”면서도 “경쟁은 사업비에 부담을 주고 손해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도한 경쟁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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