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노동조건 '개선'..."특고직 노조임원 임금조건 개선하라"

[보험매일=최석범 기자]금융사무노동조합 보험설계사지부(이하 노조) 사무국장이 업무를 거부한 배경에 최저생계비도 안 되는 활동비 지급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험설계사 권익단체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특히 해당 사무국장이 전임 임원에 대한 활동비를 현실화할 것을 요구하면서 업무를 거부하자, 노조는 한화생명지회 천막농성장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사무국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소속 지회 권익보장 구호 뒤편에는 동지 외면

현재 노조는 지난달 22일부터 한화생명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 산하인 한화생명지회를 사측이 인정하고 단체교섭을 통해 자회사형 GA 분리와 관련한 다양한 사안을 협상하자고 요구하는 것이다.

노조는 한화생명이 판매자회사 설립을 앞두고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삭감했다고 주장하는 한편 자회사형 GA의 영업 규정 및 수수료 규정 등 설계사들과 관련한 모든 내용을 문서화해 제시할 것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설계사 노조 인정 및 단체협상 체결 ▲5년 간 임금·고용에 대한 보장 ▲강제 이직에 따른 위로금 지급 ▲퇴직 후에도 잔여 수수료 지급 ▲기존 손보상품 교차판매 수수료 일시 지급 ▲한화생명 및 제휴 손보사 5곳의 GA 수수료 규정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가 소속 지회의 이익대변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반면 전임 임원의 현실에는 외면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현재 노조 사무국장 정 모씨는 지난 5일부터 노조임원의 임금조건 현실화를 촉구하면서 업무거부에 들어갔다.

정 모씨는 지난 2019년 10월 전국보험설계사노동조합(보험설계사지부의 전신) 조합원으로 가입해 보험설계사 권익활동을 이어가던 중 올해 1월 1일 사무국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노조 지부장과 전국의 각종 집회, 조합원 상담에 동행하는 등 정식 상근활동가는 아니지만, 상근활동가와 다름없는 활동을 했다.

특히 사무국장으로 지역에서 개최되는 집회에 참석할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개최되는 집회를 준비하고 집회에 참석하는 등 노조의 모든 업무를 대부분 진행했다는 게 정 모씨의 설명이다. 

올해 설 연휴에도 지역집회와 관련한 문서작업을 하고 지부장 설 인사 단체문자를 발송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정 모씨는 “징계를 받을 걸 각오하고 사무국장 업무를 거부한 것은 노조 전임임원임에도 최저생계비도 안되는 급여를 받으면서 일하는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현실을 알리려는 것”이라면서 “말로만 노동조건 개선 등을 외칠 게 아니라, 특수고용직 노조임원에 대한 임금조건부터 개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무국장 사실왜곡 징계위원회 예고

노조 측은 ‘사무국장의 업무거부에 대한 지부 운영위원 입장’이라는 장문의 제목을 단 입장문을 게시하고 오는 12일 한화생명 천막농성장에서 징계위원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씨가 지부장을 비롯해 누구에게도 활동비 지급과 관련해 요청을 하거나 의논하지 않고 대내외적으로 지부장의 태도와 활동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이런 행위가 지부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결과적으로 지부활동을 방해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노조는 “내부적인 어떤 논의도 없이 갑자기 상급단체인 사무금융노조에 대해 비판하고 사무금융노조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보험설계사 지부를 무시하는 행위”라면서 “지부의 질서 뿐 만 아니라 사무금융노조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신뢰까지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그동안 활동비 30만원과 운영위원 6명이 별도로 모은 30만원 총 60만원을 활동비로 지급했고, 지부의 어려운 상황을 잘 아는 정씨는 이를 인지한 상태에서 수락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정씨가 주장하는 상근활동가로 채용된 적이 없는데도 마치 상근활동가로 활동했는데 최저생계비에 미치는 활동비를 지급받았다는 건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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