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사업방법서 개정, 올해부터 특정 직업 거절 관행 근절…가입률 제고는 ‘물음표’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올해부터 소방공무원, 경찰, 군인 등 ‘고위험 직업군’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보험사들이 고객들의 보험가입을 거절하지 못하게 됐다.

역선택 방지 등 합리적인 사유 없이 특정 직업 종사자의 보험가입을 차별하던 보험업계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하반기 표준사업방법서를 개선한데 따른 영향이다.

다만 최근 보험사들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 손해율 탓에 일반 고객들의 신규 가입문까지 굳게 닫고 있는 추세 속에서 향후 위험직군 종사자들의 가입률이 얼마나 제고될지는 미지수다.

◇ ‘위험한 직업’? 사회적 통념만으로 보험가입 거절 못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보험사들은 많게는 51개 직업군에 대해서 보험가입 거절 직종으로 분류해왔다.

특정 직종이 위험하다는 사회 통념에 따라 보험료 상승 등 부작용을 우려한데 따른 조치로, 일종의 업계 관행이었다. 또한 직무 수행 중 보험사고가 약관상 면책사유에 해당한다는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로 거절 직종을 운영해 온 것이다.

대표적으로 소방공무원, 경찰, 군인, 택배·대리운전 기사 등 직업 특성상 사고 리스크가 크거나 강도 높은 육체노동을 주로 하는 직군이 이에 해당된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달 25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내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단순히 성별·학력·장애·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금융소비자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앞서 지난 2017년 9월 국가인권위원회도 합리적인 사유 없이 특정 직업을 이유로 보험가입을 거절하는 행위를 헌법상 평등권을 제한하는 차별로 판단하고 개선을 권고 한 바 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해 7월 ‘표준사업방법서’를 개정함으로써 부당하게 특정 직업 또는 직종 종사자의 보험가입을 보험사들이 거절하지 못하도록 근거 조항을 새롭게 마련했으며, 사전예고 기간을 거쳐 올해 1월 1일부터 개정 내용이 전면 적용됐다.

◇ 차별 해소 긍정적, 가입률 제고 효과는 불투명

금융당국은 고위험 직종 종사자들이 민간보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지난 2018년부터 손해보험협회를 통해 보험사별로 위험직군의 보험 가입비율과 거절직군수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 (자료출처=손해보험협회)

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국내 10개 손해보험사(삼성화재, 흥국화재, DB손보, 한화손보, KB손보, 메리츠화재, MG손보, 현대해상, 농협손보, 롯데손보 등)의 실손보험 위험직군 가입비율은 평균 7.99%로 집계됐다. 이는 공시가 시작된 2018년 상반기 9.28%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1.29%p 감소한 수치다.

또한 롯데손보(51개), 흥국화재(44개), 한화손보(38개), 농협손보(15개) 순으로 많은 거절직군 수를 가지고 있다.

기존 단순 공시만으로는 보험사들의 특정 직업에 대한 가입 차별을 해소하지 못한 가운데 표준사업방법서 개정으로 올해부터는 보험사별 자체 기준으로 고위험 직종 종사자들을 거절직군으로 분류하는 차별적 방침은 사라지게 됐다.

다만 이 같은 영향이 향후 위험직군 종사자들의 실손보험 가입률 상승으로 까지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내부 방침으로 정한 거절직군 수가 많은 보험사라도 무조건 해당 직군의 가입을 거절하지 않고 따로 인수심사를 통해 가입을 받고 있었던 데다, 반대로 거절직군이 따로 없음에도 위험직군 가입률이 미미한 곳도 있던 실정이다.

실제 흥국화재는 44개 직군에 대해 가입을 거절중이나 위험직군 가입비율은 10.7%로 상위권에 속한다. 거절직군 수가 0개인 MG손보와 현대해상의 위험직군 가입비율은 각각 5.7%, 5.2%로 낮은 편이다.

또한 130%까지 악화된 실손보험 손해율 관리에 비상 걸린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인수 심사기준을 높이는 것을 넘어 아예 판매를 지양하고 있는 가운데 손해율 리스크가 큰 직업군의 가입을 늘리기는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표준사업방법서 개정은 직업에 대한 가입 차별을 없앴다 것에 의미가 있다”며 “개정 이전보다는 보험 가입이 한결 수월해지긴 하겠지만 현재 실손보험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보험사들이 손해율을 생각하지 않고 가입을 받아주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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