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기준 생보사 4.3% 손보사 28.6%…“수수료 부담 문제 해결되어야”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가계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보험료를 카드로 납부하길 원하는 수요가 지속되고 있으나 보험사들이 이를 거부하거나 제한적으로 허용하면서 소비자 선택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소비자 편의성 확대 차원에서 보험료 카드납부 확대를 독려하고 있지만 보험업계와 카드업계 간의 해묵은 과제인 ‘수수료 갈등’이 해결되지 못하면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 카드결제율 생보사 4.3% 손보사 28.6%

2일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생보사 18곳의 전체 수입보험료(16조3,322억) 중 카드결제 비중은 4.5%(7,411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4.3%를 기록한 전분기 대비 0.2%p 오른 수치이나 여전히 5% 미만을 맴돈다.

공시가 처음 시작된 2018년 2분기 4.0% 기록한 것과 비교해도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큰 변화가 없는 수준이다.

현재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대형사를 비롯해 오렌지라이프, IBK연금, ABL생명, 푸르덴셜생명, 교보라이프플래닛 등 일부 생보사들은 보험료 카드납부를 전면적으로 막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 다른 생보사들은 카드납부를 일부 허용 중이긴 하나 상당히 제한적이다. 제휴된 특정 신용카드 사용자나 기존 서비스 대상자(신규 가입자 대상 카드납부는 중단), 보장성보험 상품 가입자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실제 보장성보험은 카드결제 비율이 9.2%로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에 저축성보험과 변액보험의 카드결제는 각각 0.5%로 거의 받지 않고 있다.

같은 기간 16개 손보사의 전체 수입보험료(19조9,031억) 중 카드결제 비율은 28.6%(5조6,937억원)로 생보사보다는 소비자들에게 보험료 카드결제 문을 열어 주고 있는 편이다.

다만 전분기 29.4%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0.8%p 줄어든 수치로, 손보업계 역시 공시를 통한 활성화 효과는 전혀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보험료가 저렴한 상품이나 단기 자동차보험 등 일부 상품에 치우쳐 있으며, 장기성 혹은 저축성보험의 카드결제 비율은 적은 편이다.

실제 상품별로 살펴보면 자동차보험 카드결제 비율이 77.3%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외 장기보장성보험은 13.0%. 장기저축성보험은 5.0%로 나타났다.

◇ “매월 설계사에 카드결제 요청…사실상 거부나 마찬가지”

이마저도 보험료로 카드로 납부하기 까지 보이지 않는 장벽이 많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카드결제가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자동화 시스템을 갖춰놓지 않아 매월 고객센터 혹은 설계사에게 직접 연락해 요청해야 하는 식이다.

스마트컨슈머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소비자 A씨는 “신용카드 실적을 채우기 보험료를 카드로 결제하고 싶어도 가입된 보험사마다 방침이 천차만별”이라며 “한 보험사는 고객센터로 전화했더니 카드결제는 설계사를 통해 하라는 식이다. 이는 사실상 카드납 거부로 받아들여진다”고 토로했다.

최근 악사손보 등 일부 중소형사의 경우 시장점유율 확대 차원에서 카드결제 관련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으나 여전히 대다수 보험사들은 카드결제 확대에 부정적이다. 2~3%대의 높은 카드수수료를 도저히 부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7년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우선 추진 과제 중 하나로 보험료 카드납 확대 및 활성화를 발표했으나 수수료 부담 문제를 두고 카드사와 보험사 사이에서 제대로 된 중재자 역할을 못하면서 수년 째 제자리걸음에 머물러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안 그래도 저금리 및 저성장 기조에 따른 수익성 확보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에 카드수수료 등의 비용 부담까지 떠안는 건 보험사 입장에서 상당한 타격”이라며 “수수료 부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카드납부 확대를 밀어붙이면 결국 소비자들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 (자료출처=생명·손해보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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