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의 진료기간 초과 시 진단서 제출 의무화도 검토

앞으로 가해자나 피해자 상관없이 자동차사고 경상환자 치료비에서 본인 과실부분은 본인 보험으로 처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보험사의 '1사 1 라이선스' 정책을 완화하고 화상통화·인공지능(AI)을 통한 보험 모집도 허용한다.

금융위원회는 1일 이런 핵심 과제를 담은 '보험산업 신뢰와 혁신을 위한 정책 방향'을 내놨다. 금융위는 연구용역, 토론회·공청회 등을 통해 세부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현행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은 사고 발생 시 과실 유무와 무관하게 상대방의 치료비를 전액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과실이 90%인 가해자의 치료비도 과실이 10%인 피해자의 보험사가 전액 보상해줘야 한다.

금융위는 이로 인해 연간 약 5천400억원의 과잉진료(계약자 1인당 보험료 부담 약 2만3천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전체 차 사고 치료비 지급보험금(3조원)의 18%에 달한다.

지난해 경상환자(상해 12∼14등급) 1인당 지급된 보험금은 179만원으로 2016년 126만원에 비해 42% 늘어난 반면 중상환자 치료비는 3.3% 감소했다.

금융위는 "공청회 등 의견수렴을 거쳐 경상환자 치료비 중 본인 과실 부분은 본인의 자기신체사고 담보 보험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차량파손에 따른 비용을 과실 비율대로 부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상환자 치료비도 과실 비율만큼 분담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운전자 A와 B의 과실이 9대 1인 차 사고가 났다고 하자. A의 치료비가 600만원, B의 치료비가 50만원 나왔다면 현재는 피해자인 B의 보험사가 A에게 600만원을 보상해주고, A의 보험사는 B에게 50만원을 보상해준다.

반면 과실 비율대로 부담하도록 바꾸면 B는 A의 치료비 600만원 중 10%인 60만원만 부담하면 되고, A의 보험사가 A의 치료비 중 90%인 540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금융위는 환자의 신속한 치료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상대방 보험사에서 치료비 전액을 선 보상한 뒤 본인 과실 부분에 대해 환수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또 경상환자가 통상의 진료 기간을 초과해 치료를 받는 경우 의료기관의 진단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고령층, 배달노동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위험보장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보험산업 사적 안전망 강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한다.

TF는 자연재해·전염병으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를 보장하는 공·사 협력 보험 시스템도 검토할 예정이다.

또 개인용 자율주행차 보험상품 개발을 추진해 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전자금융거래 사고 관련 보상한도를 상향하는 등 보험 안전망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실손의료보험과 관련해서는 오는 7월 출시되는 4세대 실손의료보험 상품의 안착을 지원한다. 4세대 실손보험은 자동차보험처럼 이용한 만큼 보험료가 할인·할증되는 구조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사전 브리핑에서 최근 기존 실손보험의 보험료가 큰 폭으로 인상된 데 대해 "상품 설계를 잘못했던 보험사의 책임이 크다"며 "보험사가 요구하는 인상분을 (다 받아들이지 않고 그중) 약 30∼40% 정도만 인상하라고 권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2019년 기준으로 약 2조5천억원 보험사가 적자를 감내하고 있고 또 일부 소비자의 의료 과잉 측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4세대 실손보험을 잘 출시하고 이것이 제대로 된 상품으로 정착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계열·금융그룹별로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1개씩만 허가해주는 '1사 1 라이선스' 정책의 유연화를 추진한다.

같은 그룹 내에서도 복수 보험사가 고객, 상품, 채널별로 특화된 사업전략을 갖고 경쟁하는 일본, 호주 등의 사례를 염두에 두고 있다.

지금까지는 교보생명과 교보라이프플래닛처럼 판매채널을 온·오프라인으로 분리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복수 허가를 내줬다.

금융위는 상반기 중 연구용역을 통해 정책 유연화 세부 기준을 마련한다.

또한 금융위는 소액단기보험사 신규 허가, 디지털 보험사 추가 허가에도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6월 개정 보험업법이 시행되면 자본금 20억원만으로 날씨·동물·도난·질병·상해 등을 취급하는 '미니 보험사'를 설립할 수 있다.

디지털 보험사로는 현재 교보라이프플래닛, 캐롯손보가 있고 카카오페이가 예비허가 심사 중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보험상품 판매·광고 시 사업자가 따라야 하는 모범규준과 소비자 보호 장치도 상반기 중으로 마련한다.

또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자, 전자금융업자 등 플랫폼 사업자가 보험대리점 등록을 할 수 있도록 진입 요건을 개선하고, 대리점 임직원의 10% 이상이 설계사 자격을 유지하도록 하는 등 플랫폼에 적합하지 않은 일부 규제는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는 빅데이터를 토대로 사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화하는 맞춤형 보험(UBI), 동일 위험을 보장받는 그룹에 대해 실적에 따라 적립금을 환급하는 P2P보험 등 혁신상품의 활성화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보험 영업 측면에서는 비대면 모집이 활성화되도록 규제를 정비한다.

원래 설계사가 1회 이상 고객을 대면해야 하지만 전화로 중요사항을 설명·녹취하고 확인하는 등 안전장치를 갖추면 의무를 면제하는 방향으로 감독규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화상통화 등을 통한 보험모집을 허용하고 사람 대신 AI 음성봇이 전화 설명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한다. 전화로 상품을 권유하면서 계약내용 확인 및 서명 등은 모바일로 하는 혼합형 모집방식도 허용한다.

지금은 고객이 전화로 보험에 가입할 때 표준상품설명 대본을 약 20분간 들어야 하는데 이를 모바일로 대체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검토할 예정이다.

보험사가 마이데이터 사업자 등을 자회사로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보험 플랫폼에서 건강·자산·식단관리, 간병 서비스 등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보유한 의료정보를 가명정보 형태로 보험권이 활용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계속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보험사가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자회사로 둘 수 있도록 하고, 보험사의 건강관리서비스 범위와 제공 가능한 건강관리기기 가액 등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금융당국은 내달 초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크고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외화보험 상품의 주요 판매사를 대상으로 현장검사에 나선다.

독립보험대리점(GA)에 대해서는 일부 임직원과 설계사의 위법 행위로 GA에 소속된 다른 설계사의 영업 기회가 제한되는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영업정지 대체 과징금'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금융위는 또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를 위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숨은 보험금 조회시스템에서 곧바로 보험금 지급 신청까지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불공정 손해사정, 절차 위반 등에 대해서는 과태료 등 제재 조항을 신설하고 보험사 내부 의료자문위원회 설치 의무화, 제3 의료기관 자문 활성화를 통해 의료자문을 악용한 보험금 삭감을 억제할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보험사 경영실태평가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및 투자 세부 평가를 포함해 ESG 경영을 촉진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진 성과보수가 지급될 수 있도록 보수체계 개편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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