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보험료 인상에 부담" vs "팔수록 적자만 쌓이는 상품"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가입자가 3,800만명에 달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을 두고 보험사와 소비자 모두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큰 폭으로 오른 보험료 부담에 불만을 표하고 있으며,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올려도 적자가 심각해 해당 상품을 더 이상 팔고 싶지 않다고 토로한다.

일부의 무분별한 의료쇼핑·과잉 진료 등으로 인해 다수의 선량한 소비자 보험료 인상이 되풀이 될 뿐 아니라 실손보험이 공보험을 보완하는 사적 사회 안전망 역할을 지속 수행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지는 형국이다.

◇ 보험료 ‘갱신폭탄’에 커지는 소비자 원성

1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주요 손보사들은 구 실손보험의 보험료를 최대 19%대까지 인상할 예정이다. 삼성화재 18.9%, 현대해상 18%, DB손보 17.8%, KB손보 19.5% 등으로 알려진다. 표준화 실손보험의 경우 지난달 이미 보험료가 10~12% 가량 인상됐다.

실손보험료는 매해 큰 폭으로 인상되고 있다. 구 실손보험(1세대)의 경우 2017년과 2019년 각각10%씩 보험료가 인상됐으며, 작년에도 평균 9.9% 올랐다. 표준화 실손보험(2세대) 역시 2018년 한 차례 동결 된 걸 제외하면 지난 2017년 이후 꾸준히 보험료가 인상됐다. 

문제는 해당 인상분이 갱신주기(1년·3년·5년 등)에 맞춰 한 번에 적용된다는 점인데 올해 3년 혹은 5년의 주기 갱신을 앞둔 소비자들이 실제 체감하는 보험료 부담이 상당할 전망이다. 특히 고령가입자의 경우 갱신 인상률이 100%를 넘는 경우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인상 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착한실손(3세대)’ 혹은 오는 7월 출시 예정인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

과거 상품일수록 보장이 크고, 최근 상품일수록 보장내용이 줄어드는 대신 보험료는 저렴해진다는 차이가 있다.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률이 가파른 구 실손보험과 표준화 실손보험의 보험료가 부담된다면 계약을 해지하거나 신상품으로 갈아탈 것을 권유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상품이 오래될수록 보장범위가 넓고 자기부담금이 적기 때문에 상품의 보장급부만 본다면 오래된 상품일수록 가입자에게 더 유리한 상품”이라며 “특히 유병력자 및 노약자는 기존 실손보험을 해약하지 말고 그대로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 “팔수록 적자, 차라리 안 팔고 싶다”

보험료를 큰 폭으로 올려 소비자 원성을 사고 있는 보험사들도 보험사대로 실손보험 때문에 골치가 아픈 표정이다.

비급여 과잉 진료 문제로 손해율이 130%까지 치솟으며 오히려 팔수록 손해를 보는 ‘애물단지’로 전락한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3년간 쌓인 누적적자만 6조2,000억원에 달한다.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 폭에 불만을 품은 소비자들이 해당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떠난다 하더라도 전혀 아쉬울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계약해지나 전환을 적극 바라고 있으나 과거 상품일 수록 훨씬 좋은 상품이라는 소비자 인식이 워낙 팽배해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예 실손보험 상품 판매 중단이라는 초강력 카드를 꺼내는 보험사들도 점점 늘고 있다.

실제로 미래에셋생명은 오는 3월부터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실손보험을 판매했던 17개 생보사 중에 현재 8곳 밖에 남지 않았다.

현재 실손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보험사들도 가입 연령에 제한을 두고 인수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식으로 점점 더 가입 문턱을 높이고 있는 추세다. 일부는 종합보험 등 ‘끼워팔기’ 없이 실손보험 단독가입은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업현장 내 보험설계사들도 실손보험 단독으로 팔아봤자 종잇값도 안 나오는 게 현실이다 보니 끼워팔기라도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적극적인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실손 자체로는 판매 메리트가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급여 관리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보험금 누수가 심각한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가격통제까지 더해져 감당하기 힘들 만큼 적자가 쌓이게 됐다”라며 “판매 보험사가 줄어들수록 남은 보험사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향후 상품 지속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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