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코로나19 불확실성 등으로 '변화' 보단 '안정' 기조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보험사 수장들의 인사 시즌이 다가고 있다. 다음 달 주요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향후 이들의 거취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예상 외로 실적이 나쁘지 않았던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및 불확실성으로 위기관리가 중요한 시기인 만큼 전반적으로 변화보다는 CEO 연임을 통한 안정을 택하는 분위기가 포착된다.

◇ 삼성화재 연임...DB손보·메리츠화재도 ‘주목’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 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 등 주요 손해보험사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오는 3월 말 줄줄이 만료된다.

삼성화재는 지난 24일 이사회를 열어 내달 1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영무 사장에 대한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이에 최 사장은 변수가 없는 한 3년 더 회사를 이끌게 됐다.

지난해 말 삼성화재 임원 인사 발표로 인해 최 사장의 연임은 사실상 일찌감치 확정 지어진 분위기였다. 통상적으로 임원 인사보다 먼저 사장 인사가 발표되어야 하는데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교체 없이 유임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앞서 지난 22일 자사주 1,000주를 매입하며 실적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업계는 대표적 장수 CEO로 꼽히는 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과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의 연임 여부에도 주목하고 있다. 메리츠화재와 DB손보는 각각 다음달 4일과 5일 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이후 3월 말 주총을 통해 연임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김정남 부회장이 처음 DB손보 사령탑에 앉은 시기는 2010년부터로, 무려 10년간 DB손보를 진두지휘 하고 있는 손보업계 최장수 CEO다. 지난 2018년 4연임에 성공한 뒤 지난해에는 그룹 경영진 인사 단행을 통해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탄탄한 실적 및 수치적 성과가 뒷받침되면서 김 부회장의 5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실제로 DB손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6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5% 뛰어올랐다. 김 부회장 재임 기간 동안 DB손보 고객 수도 2배가량 늘어 업계 두 번째로 1,000만 고객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2015년부터 메리츠화재를 이끌어 온 김용범 부회장의 경우 불필요한 형식과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철저한 성과주의·합리주의 문화를 정착시킴으로써 회사를 단 기간 내 업계 상위권으로 도약시켰다고 평가 받는다.

특히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김 부회장의 3번째 연임도 무난할 것으로 점쳐진다. 메리츠화재는 전년 대비 43.3% 증가한 4,31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면서 창사 이래 최대 실적 기록을 다시 썼다.

◇ 짧은 임기 관행 옛말? 변화 보단 안정

생명보험사 가운데서는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 변재상 미래에셋생명 사장, 조병익 흥국생명 사장, 뤄젠룽 동양생명 사장, 시예저치앙 ABL생명 사장 등이 내달 말 임기가 끝난다.

이중 오는 3~4월 제판분리(보험상품 제조와 판매의 분리)을 앞두고 있는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사실상 각각 CEO 연임을 확정 짓고 조직 안정을 꾀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어 여승주 사장에 대한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확정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오는 3월 15일 정기 주총에 해당 내용이 상정 될 예정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이달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변재상 사장과 김평규 전무를 CEO 후보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공동대표로 있던 하만덕 전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자회사형 GA로 이동한 이후 단독체제로 회사를 맡아 온 변 사장도 한 차례 더 회사를 이끌게 될 전망이다.

연이은 연임 성공 분위기에 해외 보험사에 비해 1~3년 사이의 짧은 임기 관행으로 장기적 관점의 로드맵 수립이 어렵다는 지적도 옛말이 되는 모양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보험사 CEO들의 임기가 짧아 단기 성과에만 몰입한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현재는 분위기가 달라지는 양상”이라며 “전반적으로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하고 있는 것”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보험업계 내 연임 사례가 별로 없던 이전과 달리 최근 연임 사례가 부쩍 늘었다”라며 “저성장·저금리·저출산 등 삼중고로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보험사 대다수가 실적이 좋았던 데다 코로나19도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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