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공룡의 출현일지, 이전 행보 답습에 그칠지 ‘물음표’

김은주 기자
김은주 기자

“그동안 일각에서 GA를 보험업계 ‘공룡’이라 칭해왔지만 최근 진행되고 있는 제판분리 흐름 속 자회사형 GA 설립 움직임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공룡 출현을 예고한다.”

요즘 보험사들이 운영하는 자회사형 GA를 경쟁사로 바라보지 않던 GA업계 내 시선이 달라지며, 긴장감마저 감돈다.

급격히 영향력이 커진 GA를 견제하고 전속 설계사들이 GA로 이탈하는 것을 막는 완충망 역할을 기대하는 자구책에 불과했던 것과 달리 최근 보험사들이 본격적으로 자회사형 GA에 힘을 싣는 분위기로 돌아선 탓이다.

그 선봉에는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이 섰다.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말 제조와 판매의 분리, 이른바 ‘제판분리’를 공식화 하고 자회사형 GA로 전속 판매채널을 분리시키는 작업을 추진 중에 있다.

본사 내 역량은 상품개발·고객서비스·자산운용 부문에 집중하고, 영업·판매 부문은 판매전문기업으로 넘겨 경쟁력 강화 및 효율화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올해 한화생명은 6,500억원, 미래에셋생명은 900억원의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GA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특히 오는 4월 출범 예정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칭)의 경우 설립과 동시에 설계사 약 2만명과 임직원 1,400여명 규모의 초대형 자회사형 GA로 도약하게 된다.

현재 GA업계 내 가장 많은 설계사를 보유한 지에이코리아(1만5,131명)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출발 선상에 서기도 전부터 업계 1위를 찍은 셈이다.

이에 올해부터는 GA시장 내 극히 미미했던 자회사형 GA의 존재감과 위상도 한층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2004년 첫 자회사형 GA가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자회사형 GA는 대체로 적자의 아이콘 혹은 경쟁력 없는 허울 뿐 GA로 인식되어 온 게 사실이다.

투자비용 대비 경영성과 및 수익성이 낙제 수준에 그친 탓이다. 일부 보험사는 누적되는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사업 철수의 쓴맛을 보기도 했다.

다양한 상품을 비교 판매할 수 있어 ‘보험 백화점’으로 불리는 GA의 최대 장점을 살리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태생적 한계로 모회사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높다보니 GA채널의 장점은 희석되고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보험사 입장에서 자회사형 GA 설립 목적 자체가 수익성에 대한 기대보다 방어적 기조가 강했던 만큼 진정한 의미의 ‘GA화’를 의도적으로 회피해 온 측면도 분명히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은 기존 자회사형 GA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판매전문기업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비친다.

판매 역량 강화를 통해 고객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하여 업계 최고의 판매전문회사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가보지 않은 길을 앞두고 언제나 그렇듯 의견은 반반이다.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자회사형 GA와 초대형 GA 위주로 빠르게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과 무한경쟁 시대 속 또 하나의 GA가 시장에 진입한 것일 뿐 위협적 존재가 될 지 아직 미지수라는 시각이 엇갈린다.

특히 GA화 등 체질변화를 꾀하지 못한 채 기존 자회사형 GA 모형의 한계를 답습한다면 경쟁력 확보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 뚜껑은 열리지 않았다. 두 회사가 업계 내 선도적으로 시도 중인 제판분리 실험이 그동안 실패작 취급받던 자회사형 GA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 낼지 지켜보는 눈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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