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권고에 금융위 제도개선...별도 합격기준 점수 마련

[보험매일=최석범 기자]내년부터 보험전문자격을 준비하는 청각장애인이 공인영어시험 점수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어질 전망이다. 국무총리실의 제도개선 권고에 금융위가 청각장애인의 특성을 반영한 영어시험 합격점수 기준을 마련하면서다.

◇국무총리실 권고에 청각장애인 기준점수 마련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보험업법과 하위법령은 보험계리사와 손해사정사 자격취득 시험에 대해 영어과목을 적용하고 있다. 다만 응시자 가운데 국내 영어시험기관이 실시한 공인영어시험인 토플(TOEFL), 토익(TOEIC), 텝스(TEPS)의 일정점수를 지닌 경우 대체할 수 있다.

합격기준 점수는 토플(TOEFL)은 PBT 530점 이상, IBT 71점 이상이고, 토익(TOEIC)과 텝스(TEPS)는 각각 700점이상, 625점 이상이다.

문제는 이 같은 기준점수가 청각장애인에게 차별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인영어시험 점수는 ‘듣기’와 ‘쓰기’ 부문의 총합으로 시험점수가 정해지는데 청각장애인은 장애 특성상 ‘듣기’기가 불가능하다.

청각장애인은 토익(TOEIC) 시험에 응시해 쓰기부문에서 만점(495점)을 받아도 사실상 보험업법 시행규칙이 정하는 충족점수를 만들 수 없는 것이다. 청각장애인이 국가공인자격시험에서 차별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 하자 정부가 나서 제도개선에 나섰다.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지난 2019년 각 부처의 소관법률이 정하는 자격시험 중 영어시험과목에 대해 청각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기준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위원회는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국무총리를 위원장을 맡는다. 위원은 각 부처별 장관과 민간소속 전문가로 구성되며 각 부처별 장애인 정책에 종합·조정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금융위는 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해 청각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영어시험 종류와 합격기준 점수를 마련했다. 합격기준 점수는 토플 PBT 352점 이상, IBT 35점 이상으로 조정했다. 토익은 350점 이상, 텝스는 204점 이상으로 개정했다.

영어시험 종류에 지텔프(G-TELP)와 FLEX를 추가했으며 각각 43점 이상(레벨2), 375점 이상으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시험점수를 마련했다.

청각장애인의 합격기준점수는 해당영어능력 검정시험에서 듣기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합계점수를 의미한다. 다만 개정된 합격기준점수는 내년 1월부터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 분류된 자에게만 적용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청각장애인은 장애특성 때문에 공인영어시험 점수를 맞추는 게 어려웠다. 합격기준점수가 청각장애인의 기준에 맞게 바뀌면서 손해사정사와 보험계리사 시험응시 시험을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의 직업선택권 넓어져

장애인인권단체는 금융위의 자격시험 제도개선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전하고 청각장애인의 직업선택 권리가 넓어졌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은 “보편적으로 응시하는 국가자격시험에 청각장애인으 위한 별도의 합격기준 점수를 적용하는 건 의미가 있다”면서 “사회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자격시험에 도전도 늘고 있다. 청각장애인의 직업범위를 넓히는 측면에서 의미있는 개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장애인권단체 활동가 역시 “국가자격시험 과정에서 청각장애인이 차별을 받지 않도록 특성을 반영하는 게 맞다. 자격시험의 합격기준 점수를 개선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금융위의 제도개선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전했다.

한편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에 관한 법률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선택권을 보장받기 위해 필요한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