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왕 출신 꼬리표로 ‘불이익’, 선량한 설계사 피해 없도록 호소

[보험매일=최석범 기자] 올해 초 대규모 작성계약으로 업계에 충격을 준 태왕파트너스 사건의 여파가 가시질 않고 있다. 태왕파트너스에 소속했다는 이유로 선량한 보험설계사들이 수개월 동안 판매코드를 못 받는가 하면, 타 GA로의 이직 과정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먹튀설계사 주홍글씨에 판매코드 발급 ‘NO’ 불이익

보험설계사 A씨는 본인이 먹튀 설계사란 오명을 쓰고 생활고를 겪을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난 2019년 여름 대형 GA 소속인 A씨는 태왕파트너스를 알게 됐다. 본인이 속한 GA의 절반도 안 되는 인원으로 오히려 더 많은 판매실적을 거두는 것을 보고 흥미를 갖게 됐다. 더욱이 차별된 기업 DB와 위플랫 파트너스라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도 그의 마음을 이끌었다.

발전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그는 태왕파트너스에 지점장으로 이직을 하게 됐다. 지방에 연고를 둔 그는 설계사를 꾸리고 신계약 모집에 집중했다. 금융감독원이 태왕파트너스에 대한 종합검사를 한다는 소식에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금감원이 태왕파트너스에 대한 종합검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태표가 회사에 큰 영향도 없을뿐더러 벌금이 나오면 본인이 내겠다고 자신있게 말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검사가 있고, 지난 3월에 태왕파트너스 대표를 만났습니다. 대표는 금감원의 제재는 없을 것이라는 안심시켰습니다. 만약에 제재에 대한 벌금이 나오면 본인이 내겠다고 했죠. 저는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제 일에만 집중했습니다.”

A씨는 4월이 되고 급여가 나오지 않으면서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태왕파트너스의 지점장은 지점에 속한 보험설계사가 체결한 신계약의 수수료 일부를 급여로 지급받는다. 그는 급여가 지급되지 않자 설명을 듣기 위해 태왕파트너스 대표에게 연락했다.

당시 태왕파트너스 대표는 빠른 시일 안에 급여를 정상적으로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A씨가 며칠 뒤 받은 것은 급여가 아닌 해촉증명서였다.

태왕파트너스에서 강제로 해촉된 후 A씨의 상황은 더욱 안 좋아졌다. 갑작스러운 해촉에 수입이 없어지자, 카드값과 공과금 연체가 불가피해졌다. 우여곡절 끝에 다른 보험대리점(GA)으로 이직했으나, 주요 보험사로부터 판매코드를 받지 못해 신계약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 사진=태왕파트너스 전 사옥

원수보험사에 판매코드 발급을 요청하면 일부는 발급해 주지만 대부분은 거절나는 상황이다. 고객 선호도가 높은 대형 보험사의 상품을 제시하지 못하니 신계약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판매코드를 발급받으려 했지만 대부분 거절당했습니다. 판매코드를 발급해주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부실모집 집단에 속했던 경력을 말했습니다. 부실모집 집단이라는 건 태왕파트너스에 속했다는 것이죠.”

◇합리적인 기준 두고 판매코드 발급해줘야

일부 태왕파트너스 출신이 만든 작성계약 사례 때문에 다수의 선량한 보험설계사가 피해 입지 않아야 한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먹튀 논란을 일으킨 보험대리점 활동 경력을 이유로 낙인 찍고 불이익을 주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경력이 전산화 돼 출력하면 과거의 경력이 다 나옵니다. 태왕파트너스 출신의 보험설계사들은 먹튀설계사로 낙인이 찍혀 다른 곳에 취업하기도 어렵습니다. 단지 태왕 출신이라는 이유로 선량한 보험설계사가 피해를 받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실제로 올해 1월 입사해 4월에 해촉된 한 동료 보험설계사는 태왕파트너스에서 생명보험 상품을 단 한건도 팔지 않았지만, 지금까지도 생명보험사 판매코드가 안나오고 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요즘도 가끔 전화를 받으면 생명보험 판매코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하소연을 한다고.

이어 “원수보험사로부터 판매코드가 안나오면 어떤 GA가 받아주겠느냐”고 말한 후 “판매코드 발급을 결정할 때 합리적인 기준을 놓고 살펴야한다. 태왕 출신이라는 이유로 선량한 보험설계사가 피해를 받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해 태왕파트너스를 종합검사하고 작성계약 등 다수의 모집질서 문란행위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원수보험사는 태왕파트너스를 상대로 모집수수료 환수에 들어간 상태로 알려져 있으며, 환수금액은 수십억원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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