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이 부서지는 접촉사고가 났을 때 쌍방 과실 운전자들이 과실이 없는 운전자보다 병원 치료를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보험연구원 간행물 'KIRI 리포트'에 실린 '자동차보험 과실비율과 경상환자 과잉치료 유인'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하반기에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대물(파손) 보험금을 지급한 사고를 분석한 결과 무(無)과실 운전자의 경상(상해등급 12∼14등급) 대인 배상 청구 비율은 29.0%로, 쌍방 과실 운전자보다 3∼20.4%포인트 낮았다.

과실 비율이 1∼30%인 운전자는 그보다 훨씬 많은 50.4%가 경상으로 대인 배상을 청구했다.

과실 비율이 각각 31∼70%와 71∼99%인 운전자의 대인 배상 청구 비율은 각각 32.0%와 36.6%였다.

대인 배상을 청구한 경우 평균 치료비는 과실 비율이 1∼30% 운전자가 78만8천원으로 가장 많았고, 과실 비율 31∼70% 운전자가 76.8%로 뒤를 이었다.

무과실 운전자의 평균 치료비는 73만2천원으로 과실 비율이 71∼99% 운전자보다는 많지만 과실 비율 1∼70% 집단보다는 적었다.

평균 입원 기간도 무과실 운전자가 2.5일로 가장 짧고, 과실 비율 1∼99%인 집단은 평균 2.9∼4.1일에 분포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전용식 연구위원은 대물 배상과 대인 배상의 지급 기준 차이로 인해 사고 책임이 있는 운전자가 무과실 운전자보다 보험금 보상을 더 많이 받는 현상이 벌어진다고 진단했다.

대물 배상은 과실 비율에 따라 배상이 이뤄지지만 대인 배상은 과실 비율에 무관하게 전체 치료비를 지급한다.

전 연구위원은 "불필요하더라도 치료를 더 받아 치료관계비용을 더 받아내는 것이 합의금도 늘릴 수 있어 보상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라며 "이러한 과잉진료 유인 효과는 과실 비율이 1∼30% 집단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과실 비율이 70%인 경상환자는 대물 배상금(차량 수리비)의 70%를 보상받지 못하지만 대인 배상에서는 치료관련 비용을 전액 받을 수 있어 과실로 못 받은 대물 배상금을 치료관계비용 통해 보전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전 연구위원은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경상환자 진료비를 통제하려면 책임보험 보장범위(대인Ⅰ, 50만 원)를 초과하는 치료비(대인Ⅱ)에 대해서는 대물 배상처럼 과실상계를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금융당국도 대인1을 초과하는 진료비는 과실 비율만큼 자기신체손해보상 특약(자손 특약) 등으로 자신이 부담하는 쪽으로 경상환자 보상 체계 개편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 연구위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경상환자의 대인 배상에 과실상계를 적용하는 방안이 내년에 본격적으로 논의·추진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다만 과잉치료 논란과 무관한 중상환자는 논의 대상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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