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손실에 허덕이는 보험업계가 내년 보험료가 20% 이상 오를 수 있다고 고객에 예고했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각 보험사는 내년 1월 실손보험 갱신을 앞둔 가입자들에게 보험료 예상 인상률을 알리는 상품 안내문을 최근 발송했다. 

보험료 인상 안내문이 발송된 대상은 2009년 10월 팔리기 시작한 '표준화 실손'과 2017년 3월 도입된 '신(新)실손' 가입자 가운데 내년 1월 갱신이 도래하는 고객들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각사가 표준화 실손 가입자들에게는 최고 20% 초반대 인상률이 적용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고, 신실손 가입자들에게는 최고 10%대 초반 인상률이 적용될 수 있다고 공지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률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갱신 시기가 임박한 고객에게 미리 정보를 제공해야 하므로 예상 가능한 최고 수준을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9년 10월 이전 상품인 구(舊)실손 갱신 시기는 내년 4월이어서 이번 안내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보험업계는 3분기까지 추세로 볼 때 올해 실손보험의 위험손해율도 130%가 넘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법정 인상률 상한선(25%) 수준까지 올려야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위험손해율이란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에서 사업운영비를 제외하고 보험료 지급에 쓰이는 부분인 '위험보험료'에 대한 보험금 지급액의 비율을 가리킨다.

지난해 실손보험의 위험손실액(보험금 지급액-위험보험료)은 2조8천억원, 위험손해율은 133.9%를 기록했다. 사업운영비를 고려하지 않고 전체 보험료와 비교해도 보험금 지출이 100%를 초과, 보험사가 손해를 보는 구조다. 

중증질환보다는 의원급 진료비, 특히 도수치료와 다초점 백내장 수술 등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가 위험손해율 증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작년 말 보험업계는 구실손과 표준화 실손에 대해 올해 두 자릿수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당국의 반대로 9%대 인상에 그쳤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즉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건보 적용이 확대되면 실손보험의 보험금 지출이 줄어드는 반사이익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실손보험 인상률 결정을 앞두고 작년 12월 12일 열린 공·사보험정책협의체에서 공개된 지난해 보험료 지급액 감소효과는 0.6%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 반사이익이 극히 저조한 수준으로 나오자 연구방법상 문제를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보험료 인상률 산정에 반영하지 않고 인상률을 한 자릿수로 묶었다. 

지난 2년간 반사이익 연구 결과는 이번 주 열리는 공사보험협의체에서 공개된다. 

업계 관계자는 "반사이익 연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위험손해율을 본다면 구실손과 표준화 실손은 20% 이상 보험료를 올려야 할 처지"라면서도 "정부가 이를 그대로 용인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예상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4세대 실손' 상품은 내년 7월 출시 예정이어서 전체 실손보험의 위험손해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보험료 인상률이 업계의 요구수준에 못 미치더라도 두 자릿수로 결정된다면 가입자의 불만도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매년 보험금을 거의 청구하지 않거나 소액을 청구하는 대다수 가입자는 보험 유지를 놓고 또다시 고민에 빠지게 됐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전체 가입자의 약 66%는 보험금을 전혀 청구하지 않았다. 

보험연구원의 정성희 연구위원은 "보험계리(計理) 수치만 놓고 보면 20% 이상 올려야 하지만 국민 3천400만명(단체보험 제외)이 가입한 보험인 만큼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인상률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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