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 법안소위 통과 불발…21대 국회 내 입법 드라이브 ‘적신호’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실손의료보험에 대한 보험금 청구 절차를 간소화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이 의료계의 강력한 저지로 국회 첫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대 국회에서 임기만료로 폐기된데 이어 벌써부터 이번 21대 국회 내 통과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 국회 첫 문턱 법안소위서 '발목'

3일 국회 및 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일 제3차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의결에 이르지 못한 채 계류됐다.

국회 정무위 한 관계자는 “여야 상관없이 보험업계와 의료계 중 어느 쪽 주장에 공감하는 지에 따라 의견이 갈렸다”며 “일단 의료계 반대가 크다보니 여러 이해 집단의 목소리를 더 들어보고 신중하게 논의를 이어가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해당 법안은 계속심사(보류)가 결정된 상태로, 추후 법안심사소위 안건으로 다시 올라갈지는 미지수”라며 “발의되어 있는 수 많은 법안 가운데 소위 심사에서 어떤 안건을 논의할지는 직전마다 협의해서 정하는 구조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21대 국회 들어 더불어민주당 전재수·고용진 의원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등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들은 가입자들의 편의성 제고를 위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종이서류 제출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간소화‧전자화하는 게 주요 골자다.

실손보험은 일상적인 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상품으로, 전 국민의 약 66%가 가입하여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릴 만큼 수요가 높다. 문제는 보험금 청구 절차는 여전히 노후화되어 시대 흐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가입자가 병원에 직접 방문하여 필요한 증빙서류를 준비한 뒤 보험사에 팩스나 이메일, 문자, 앱을 통해 제출해야 하는 절차상의 번거로움으로 가입자·보험사 양측 모두에게 금전적·시간적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보험사가 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 구축·운영하고, 해당 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또는 제3의 전문중계기관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법안 발의가 잇따르고 있지만 국회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 의료계 반대 ‘큰 산’…소비자·보험업계 불편 지속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입법 추진을 위한 논의는 10년째 이어지고 있으나 의료계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지난 1일에도 대한의사협회는 해당 법안이 정무위 심사에 다시 오른 것에 유감을 표하며, 통과 저지를 위한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본격적인 국회 설득 작업에 돌입했다.

의료계는 소비자의 편익을 도모한다고는 하나 보험사와 가입자간 사적 계약과 무관한 제3자 의료기관이 의무적인 서류 전송의 주체가 되어 과도한 행정 업무 부담을 지게 되는 게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 및 질병정보가 기입되어 있는 자료를 전산망을 통해 송부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한다.

최근 정부는 물론 여야 의원들 한 목소리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법적기반 마련에 대한 소비자단체와 보험업계의 기대가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졌던 상황이나 결국 이번에도 의료계 반대로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실손보험 청구 과정은 소비자 불편이 크고 많은 인력·자원이 낭비되는 구조임에도 의료계 반발이 워낙 거세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관련 업무를 심평원이나 중계기관에 맡긴다는데도 반대를 한다는 건 결국 비급여 항목 등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게 껄끄럽기 때문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소비자단체 금융소비자원 오세헌 국장은 “법사위나 본회의도 아닌 법안소위 문턱조차 넘지 못한 상황이다 보니 더 이상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할 수 없어 안타깝다”며 “국회가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한다면 한시라도 빨리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을 처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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