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한화 등 제조·판매 분리 움직임 속도…GA 시장 재편 촉각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갈수록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보험대리점(GA)에 맞서 국내 주요 보험사들이 본격적으로 자회사형 GA 키우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판매 채널 다각화로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구조조정, 비용절감, 고능률 설계사 이탈 방지 등 회사마다 다양한 목적이 내포된 행보로 풀이된다.

상품을 만드는 보험사와 판매하는 GA의 영역이 완벽히 분리되는 이른바 ‘제판분리’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향후 GA 시장의 재편 가능성에도 이목이 쏠린다.

◇ 보험사, 자회사형 GA에 ‘힘 싣기’

▲ (사진=미래에셋생명)

2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은 내년 3월 최종 개편을 목표로 전속 판매채널인 설계사 3,300여명을 자회사형 GA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이동시키는 대대적인 제판분리 계획을 공식화했다.

앞서 한화생명이 업계 최초로 약 2만여명에 달하는 전속 영업조직을 분리해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데 이어 본사 내 전속 채널을 떼어내는 게 표면 위로 올라온 두 번째 사례다.

한화생명이 전속 설계사만을 위한 판매자회사를 새롭게 만든다는 구상인 반면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2014년부터 설립‧운영 중이던 기존 자회사형 GA에 전속 설계사를 이동시킨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올해 6월 기준 242명의 설계사를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의 전속 설계사 3,300여명이 그대로 이동하게 될 시 단숨에 자회사형 GA중 가장 많은 설계사를 보유한 조직으로 몸집을 키우게 된다.

한화생명의 경우 자회사형 GA 조직을 대형화 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이달 15일 한화라이프에셋과 한화금융에셋을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두 자회사형 GA의 소속 설계사 수를 합치면 1,400명 규모의 판매 조직이 된다.

또한 신한금융플러스와 라이나금융서비스도 대형 GA 리더스금융판매 사업부를 쪼개서 인수하는 방안을 통해 각각 2,000~3,000명 규모, 1,000명 규모로 조직 대형화를 꾀하고 있다.

자회사형 GA 설립을 시도하는 보험사도 늘고 있다. 올해 7월 신한생명이 금융지주 최초로 자회사형 GA 신한금융플러스를 설립한데 이어 현대해상, 하나손보 등도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 GA 시장 재편되나

2004년 9월 업계 최초로 자회사형 GA가 등장한 이후 회사별 경영전략 차원에서 설립·운영하는 사례는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현재 시장 내 진출해 있는 자회사형 GA는 총 12개로 모회사가 생보사인 곳이 8개, 손보사인 곳이 4개이다.

다만 그동안 GA 시장 내 자회사형 GA 존재감은 극히 미미했던 게 사실이다. 투자비용 대비 경영성과가 좋지 못했던 탓이다. 실제로 손실이 누적되면서 사업을 철수한 사례도 적지 않다.

GA는 특정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아 다양한 상품을 비교 판매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인데, 자회사형 GA는 태생적 한계로 모회사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높다보니 GA채널의 장점은 희석되고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속 채널과의 이해상충 문제도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최근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 제판분리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떠오르면서 분위기가 달라지는 양상이다. 

기존에는 단순히 전속 설계사 조직이 GA로 이탈하는 것을 막는 차원의 소극적 방어에 그치던 보험사들이 최근 몸집을 키우며 공격적인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향후 시장 재편 가능성도 눈 여겨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용보험 의무적용, 모집수수료 체계 개편 등을 앞두고 제판분리를 서둘러 비용 절감 및 효율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합리적 보상 체계로 고능률 설계사의 이탈은 방지하는 한편, 구조조정을 진행하려는 의도 역시 어느 정도 내포되어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회사형 GA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생보계열의 경우 모회사 상품에 치중한 판매 행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라며 “이 틀을 깨야만 GA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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