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삼성생명·화재 합류…"국내 탈석탄 흐름 가속화 계기될 것"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DB손해보험을 시작으로 삼성생명·화재까지 국내 보험업계 ‘탈석탄 금융’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미세먼지·지구 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 위기를 맞아 앞으로 석탄 산업에 투자를 중단하고 보험 인수도 하지 않는 등 보험사로서 대응 할 수 있는 나름의 친환경 실천 방안들을 지속적으로 이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후금융 전문가들은 삼성 보험 계열사의 탈석탄 금융 합류가 향후 다른 보험사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삼성 등 보험업계도 탈석탄 선언 ‘도미노’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 삼성화재, DB손보, KB손보, KB생명, 푸르덴셜생명 등 주요 금융 계열 보험사들을 주축으로 탈석탄 금융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향후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직접적 투·융자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미 지난 2018년 6월부터 신규투자를 중단한 상태에서 이달 12일 대대적으로 탈석탄 금융을 공식화한 것이다.

두 보험사는 앞으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목적의 회사채에도 투자하지 않을 계획이다. 특히 삼성화재의 경우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보험을 인수하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까지 확정 지었다. 업계 유일이다.

삼성 금융 계열사들은 당초 오는 12월 열리는 각사 이사회를 통해 해당 내용을 확정한 뒤 내년부터 탈석탄 금융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거세진 사회적 요구에 일정을 다소 앞당긴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탈석탄 금융에 합류한 보험사는 DB손보다. DB손보는 앞서 지난해 12월 보험사 최초이자 민간 금융사 최초로 석탄발전 등 화석연료 투자 배제에 동참할 것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KB금융그룹은 지난 9월 말 ESG위원회를 개최하고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KB금융 계열 보험사인 KB손보와 KB생명, 푸르덴셜생명도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신규 프로젝트 파이낸싱 및 채권 인수 관련 사업에서 손을 떼게 됐다. 

◇ “보험사 석탄 투자, 모순적” 비판 목소리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발간한 '2020년 한국 석탄금융 백서‘에 따르면 한국 금융기관이 지난 2009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석탄발전에 제공한 금융의 규모는 약 60조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37.4조원 규모가 민간금융기관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체의 63%를 차지했다.

▲ (자료출처=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특히 민간금융기관 중 석탄금융 순위 10위권 내에 삼성화재, 삼성생명, KB손보, 현대해상, 농협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신한생명 등 국내 주요 보험사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상태다.

손보사의 경우 전체 금융지원의 2/3이상이 보험제공을 통한 부보금액이며, 생보사의 경우 자산운용을 목적으로 하는 대출과 회사채 인수로 전체 투자액이 구성되어 있다.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향후 석탄발전 중단을 이끄는데 민간금융사 중에서도 보험사들의 역할과 사업전략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관련 투자 중단은 물론이고 보험 인수 자체가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탈석탄 흐름을 만드는데 가장 강력한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으로 비즈니스 룰이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이번 삼성 보험 계열사의 탈석탄 금융 선언 이후 앞으로 탈석탄을 외치는 보험사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뮌헨리, 스위스리 등 글로벌 보험사들이 일찌감치 석탄 투자 및 보험 제공을 중단한데 비해 국내 보험업계 변화는 더딘 편”이라며 “이번 삼성생명과 삼성생명의 탈석탄 선언은 생명‧손해업계 1위 보험사로서 향후 타사에 미칠 파급력이나 압박감이 클 수밖에 없다. 대기업 혹은 금융지주 중심 탈석탄 흐름에 가속도가 붙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사무국장은 이어 “금융사 중에서도 보험사는 특히 더 평판이 중요한 업종인데 홍수·가뭄·폭설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에 타격이 큰 손보사와 생명·건강 문제를 다루고 있는 생보사가 기후변화·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석탄 관련 투자를 진행하는 건 아주 모순적인 행태”라며 보험업계 탈석탄 금융 동참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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