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보험사기 금액 역대 '최고' 금감원, 생·손보협회 등 참석

[보험매일=최석범 기자]소비자단체와 소비자학계, 금융감독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업계가 한목소리로 강력한 보험사기 근절책 마련을 촉구했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녹소연)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삼경교육센터라움에서 개최한 ‘보험소비자 보호를 위한 보험사기 근절방안 마련 간담회’에서다.

녹소연은 지난해 적발된 보험사기 금액과 가담인원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소비자들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 대책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적발된 보험사기 금액은 전년 대비 10.4% 증가한 8,809억원, 가담인원은 전년 대비 16.9% 증가한 9만2,538명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소비자단체 ‘소비자와함께’ 박명희 대표, ‘성균관대’ 소비자학과 이성림 교수, ‘금융감독원’ 보험사기대응단 이용관 실장, ‘국민건강보험공단’ 행정조사사후관리부 김명훈 부장, ‘생명보험협회’ 박배철 본부장, ‘손해보험협회’ 최윤석 본부장이 참석했다.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선 건강보험공단 김명훈 부장은 사무장병원 등으로 인한 국민의 건강권 침해와 심각한 재정누수 실태에 대해 설명했다.

김 부장은 “사무장병원은 영리추구에만 몰두해 질 낮은 의료서비스와 각종 위법행위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은 이어 “정부와 공단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사무장병원은 해마다 증가해 건강보험 재정 누수 규모가 올해 6월 기준으로 3조4천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사정이 이런데도 현행 제도로는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사무장병원과 약국을 효과적으로 적발하기 어렵다며 제도 보완 필요성도 주장했다.

전문성을 갖춘 건보공단 인력이 긴급하게 조사에 나서 범죄사실을 입증하면 수사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데도, 건보공단은 사실입증에 필요한 수사권이 없어 일선경찰의 수사가 장기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조사에 특화된 전문인력과 인프라를 갖춘 공단이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에 한정해 특별사법경찰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특사경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건보공단의 주장이다.

금융감독원 이용관 실장은 공·사보험 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환자는 허위입원을 한 뒤 비급여 진료비를 보험사에 청구하고 의료기관은 급여를 건보공단에 청구하는 등 공‧사보험에서 사기가 동시에 발생하는데도, 민간 보험사와 건보공단 간에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각자 조사를 하는 등 조사가 효율적으로 이뤄지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유관 공공기관과 보험사에 대한 자료제공 요청권을 부여해 공·사보험 정보교류 근거를 마련하면 보험사기 적발이 훨씬 쉬워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생명보험협회 박배철 본부장은 2016년부터 시행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제정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조정하다 보니 정작 보험사기 예방과 단속에 필요한 규정은 대부분 빠져 법안 통과가 목적이 돼버렸다고.

따라서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보험사기로 확정판결을 받은 자에게 기 지급받은 보험금을 반환할 의무 부여, 보험산업 관련 종사자 처벌 강화, 금융위와 금감원의 관계기관 자료제공 요청권 등을 규정한 보험사기특별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본부장은 “보험사기는 공‧사보험을 넘나들며 이뤄지므로 건보공단과 보험업계는 운명공동체로서 특사경제도 도입이 절실하다”며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단속이 건보 재정뿐 아니라 민간보험사 경영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손해보험협회 최윤석 본부장은 최근 언론에 보도된 보험사기 사례를 설명하며, 젊은 층 범죄 가담자 증가와 보험사기로 인한 소비자 안전 위협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보험사기로 적발돼 처벌을 받은 20대가 또다시 보험사기 범행을 저지르는가 하면, 백내장 수술 과잉권유로 관련 보험금 지급액이 급증하고 소비자들의 의료분쟁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본부장은 특히 미래 나라를 이끌어갈 10~20대들이 죄의식 없이 보험사기에 나서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지적했다.

보험사기 실태와 관련 제도의 한계에 대한 논의가 끝난 뒤에는 소비자 부문 전문가들의 의견이 이어졌다.

성균관대 이성림 교수는 일반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보험사기 근절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교수는 최근 자신이 자동차 접촉사고시 보험처리 과정에서 겪은 경험을 언급하며, 앞서 거론된 보험사기 사례들에 대해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며 보험사기가 심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병원에 가면 제일 먼저 물어보는 질문이 실손보험 가입 여부”라며 “전 국민을 보험사기에 가담하게 현재의 왜곡된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그러려면 “보험사기가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는 원인에 대해 명확하게 따져봐야 하며, 범죄를 저지르는 자동차 정비업소와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와함께 박명희 대표는 ‘건보공단 특사경제’ 도입은 취지는 좋지만 시행과정에서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세밀하게 검토해 개정안에 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대표는 한방병원 과잉진료 실태조사 결과를 언급하고, 단순한 제도 손질로는 보험사기 근절이 쉽지 않다며 마스터 플랜을 세우는 방안을 제시했다.

박 대표는 “첩약이나 도수치료에 소비자 부담이 없다 보니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데도 남용하고 있는데 병원과 소비자가 각자 급여, 비급여를 빼먹으려는 이런 인식이 있는 한 보험사기 근절은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박 대표는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서는 마스터플랜을 세워 차근차근 몇 년에 걸쳐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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