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하나손보 증자로 RBC 꼴찌 탈출…후순위채 발행·채권 재분류도 ‘분주’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중소형 보험사들이 RBC비율을 끌어올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본확충 방안으로 유상증자나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 등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이고 회계상 채권 계정 재분류 작업도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 MG손보·하나손보 대규모 유상증자로 ‘꼴찌’ 탈출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말(1분기) 기준 국내 보험사의 RBC비율은 267.2%로 전분기 269.6% 대비 2.4%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3분기 286.9%를 기록한 이후 2분기 연속 하락세를 걷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1분기 주가가 급락하면서 가용자본 2조8,000억원이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RBC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사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보험계약자들이 일시에 보험금 지급을 요청하는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보험사의 지급능력을 보여준다. 보험업법상 RBC비율이 100% 미만인 보험사는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받게 되는데, 금융당국은 이보다 더 높은 15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 하고 있다.

1분기까지만 해도 MG손보(104.3%)와 하나손보(128.3%) 등 2곳은 당국의 권고치를 넘기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었으나 이후 양사 모두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고비를 한시름 넘겼다.

재무건전성 악화로 시장 퇴출위기까지 몰렸던 MG손보는 지난 4월 대주주 JC파트너스로부터 2,000억원의 투자금을 받아 자본확충 계획을 마침내 완수했다. 하나손보 역시 지난 28일 모회사인 하나금융지주를 대상으로 1,8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MG손보와 하나손보의 RBC비율은 각각 200%, 250%대 수준으로 올라서며 당국의 권고치를 훨씬 웃돌게 됐다.

◇ 후순위채 발행•채권 재분류 등 자본확충 ‘분주’

저금리·코로나19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금리가 높은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이나 후순위채 발행으로 RBC비율 하락을 방어하는 보험사의 행보도 꾸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흥국화재의 경우 이달 30일 4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지난 2014년 9월 발행한 후순위채권 400억원이 만기가 도래해 지난 29일자로 상환하고, 동일한 금액의 후순위채를 이날 재발행한 것이다. 전분기 대비 8.3%포인트 하락하면서 1분기 176.4%를 기록했던 흥국화재의 RBC비율은 후순위채 발행이 완료됨으로써 190% 수준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앞서 상반기에는 메리츠화재(1,500억원), 푸본현대생명(400억원), 롯데손보(900억원), MG손보(980억원) 등이 후순위채 발행에 나섰으며, DB생명(400억원)은 영구채를 발행한 바 있다.

당초 상반기에 영구채 발행을 계획했던 신한생명의 경우 일정이 다소 보류되면서 다음 달 중순 2,000억원 규모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신한생명의 경우 RBC비율이 233.1%로 당국 권고치를 훨씬 상회하고 있어 당장의 건전성 제고 목적 보다는 IFRS17 도입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취지가 강하다는 입장이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RBC비율을 높이려는 목적보다는 향후 도입될 킥스(K-ICS)와 IFRS17 관련해 선제적 대응을 위해서 영구채를 발행하려는 것”이라며 “앞으로 시장 내 공급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금리 관련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서두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본확충 대신 계정 재분류를 단행하여 RBC비율을 관리하려는 보험사들의 움직임도 심심치 않게 포착된다.

DGB생명은 지난 5월 말 보유 중이던 4조원의 만기보유증권 전액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만기보유증권은 원가로, 매도가능증권은 시가로 평가된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저금리 기조에서는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하게 되면 평가이익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실제로 매입금리 대비 시장금리가 낮아지는 효과로 평가이익이 대거 발생, 평가이익이 기타포괄손익으로 잡히면서 자본이 늘어나게 된 DGB생명은 RBC비율이 지난 3월말 기준 187.5%에서 6월말 기준 325.3%로 상승하게 됐다. 

RBC비율이 190% 수준인 NH농협생명 역시 올해 하반기 보유하고 있는 채권 자산을 회계상 재분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채권 재분류를 하게 되면 자본확충의 효과가 확실히 나타나기 때문에 후순위채 등 기타 다른 방안은 현재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한화생명과 한화손보 등도 채권 재분류를 통해 RBC비율을 대폭 끌어올린 바 있다. 다만 채권 재분류는 금리가 상승기로 돌아서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최후의 보루로 여겨진다는 관측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 재분류 조정은 한 번 할 경우 3년 동안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게 문제”며 “만약 금리가 상승 분위기로 전환되면 채권가치 하락으로 평가손실이 늘어나기 때문에 RBC비율 관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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