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소비자 보호 위한 상품 구조 개선이지만… 맞는 방향인지는 의문"

[보험매일=신영욱 기자] 금융당국이 무해지 저해지 상품 개선에 나선 것이 알려짐에 따라, 이를 핑계 삼아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절판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절판마케팅으로 인한 충동적인 보험가입은 조기 해약으로 인한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은만큼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무해지 저해지 상품 절판마케팅 기승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무해지 저해지 환급금 보험의 절판마케팅이 일부 보험설계사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무해지 저해지 환급금 보험이란 보험료를 낮춘 대신 해지환급금을 최소한으로 줄이거나 아예 없애버린 상품을 이야기한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서는 ‘무해지 저해지 환급금 보험상품 구조개선 TF’ 논의를 진행했다.

금융당국은 무해지 상품을 폐지함과 동시에 환급금이 50% 미만인 저해지 상품에 대해서는 환급률을 일반 보장성 상품 수준으로 맞추는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안을 마련했다. 다만, 해당 개정안의 시행일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현재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개정안을 마련하기는 했으나, 아직 확정이 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품구조 개선을 위한 초안 마련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소비자들은 해당 내용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를 이용한 절판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GA는 물론 보험사의 설계사 채널에서 조차 8월 혹은 9월에 개선 내용이 적용되며 해당 상품이 사라질 것이라며 가입을 권고하는 식의 절판마케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같은 절판마케팅은 인스타그램 등의 SNS만 살펴보아도 손쉽게 확인될 정도로 그 빈도수가 높다. 이들은 주로 ‘X(8월 혹은 9월)월까지 판매 후 절판되는 무해지저해지 상품 늦기 전에 가입하세요’와 같은 문구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절판마케팅은 소비자 피해를 일으킬 우려가 상당히 큰 판매 전략이다.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만나볼 수 없는 ‘마지막 기회’ 등의 표현으로 인해 발생하는 충동적 가입의 경우 불완전판매 등을 야기시킬 확률이 높은 탓이다.

보험은 장기간 유지해야 효력을 발하는데, 충동적 가입자의 경우 조기 해약으로 인한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 민원이나 불완전판매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때문에 금융당국에서는 지난 수년간 절판마케팅을 자제할 것을 보험사에게 권고해오고 있으며, 강한 제재를 내린 사례도 수차례 존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마련한 무해지 저해지 환급금 보험상품 구조개선 방안이 피해 발생의 또 다른 원인인 절판마케팅을 불러오다니 아이러니하다”며 “해당 개선방안의 경우 아직 시행시기가 정해지지 않은 만큼 불필요한 절판마케팅을 이루어지지 않도록 각 보험사와 GA가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한다”고 전했다.

◇소비자 보호 위한 상품 개선… “맞는 방향인지는 의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번 절판마케팅이 시작된 것은 금융당국이 무해지 저해지 환급금 보험상품 구조개선 방안을 마련하면서부터다.

금융당국이 이 같은 개선에 나선 이유는 무·저해지 환급금 보험상품의 판매가 증가함에 따라 해당 상품 중도해약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무해지 저해지 상품은 지난 2015년 오렌지라이프가 최초로 선보인 이후 판매량이 급증했다. 2015년 3만 4,000건에 불과했던 해당 상품의 판매량은 2016년 32만 1000건, 2017년 85만 3000건, 2018년 176만 4000건 등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2016년~2018년 동안 기록한 초회보험료만 4,000억 원에 달한다. 2016년부터 생보사는 물론 손보사들까지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한 탓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보험료를 싸게 가입할 수 있는 만큼 해지할 일만 없다면 상품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다”며 “다만, 당국이 보기에는 중도해지를 하는 사람도 많은데 해지 환급이 나오지 않다 보니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좋지 않다는 방향의 판단을 내린 것 같다”

이어서 그는 “사실 해당 상품 이용자들의 경우 해지환급금이 없거나 적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개선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는 게 맞나 하는 의문이 들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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