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팔이 등 혐오표현 사과방송 및 재발방지 원해”…법률적 대응도 검토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보험설계사 1200여명이 함께 SBS을 상대로 “보험설계사 집단에 대한 혐오표현에 관하여 사과방송 및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또한 이후에도 시정조치가 이행되지 않는다면 국민인권위에 진정을 넣거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의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 SBS의 자발적인 인식개선 및 문제해결 촉구

23일 보험설계사 온라인 커뮤니티 보험인·보만세가 공동으로 변호사를 선임하여 SBS 심의팀에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온라인 서명으로 법적대응에 동의한 보험설계사 1,286명이 참여했다.

이달 방영된 SBS 드라마 굿캐스팅 14화에서 보험설계사 집단에 대한 혐오표현이 나온 것에 대해 사과방송 및 재발방지를 약속 받기 위함이다.

해당의 드라마 주인공인 황미순(김지영)은 국정원 요원이지만 보험설계사로 위장하여 활동하고 있는데, 문제는 지난 9일 방송에서 동급생들이 주인공 딸에 대한 따돌림 및 폭력을 행사하며 몸을 잡고 억지로 얼굴에 화장품을 칠하는 등 장면이 나오면서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얘 화장품 살 돈이 없어서 그래, 얘네 엄마 아파트에서 보험 팔러 다니는 보팔이잖아” “야 보팔이가 아니라 보걸, 보험구걸”이라고 하며 비웃는 장면이 여과 없이 전파를 탔으며, 이에 대해 일말의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SBS에 대해 많은 보험설계사들이 분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보험설계사들의 법률대리인을 맡게 된 오지연 변호사는 “보험설계사 집단에 대하여 형사법적으로 모욕죄나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이 드라마는 특정 직업에 대한 혐오적인 표현을 한 것으로 볼 수가 있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이어 “이는 방송이 가지고자 하는 공정성과 공공성에 반하는 것이므로 혐오표현의 피해자들이 국가인권위에 대한 진정이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한 민원으로써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다만 그에 이르기 전에 SBS의 자발적인 인식개선과 문제해결을 바라며 보험설계사 집단 중 약 1200명 정도의 의사를 전달하게 됐다”고 전했다.

◇ 설계사들 “나보다 내 아이 상처가 더 걱정”

내용증명에 따르면 특히 미성년 자녀를 키우고 있는 보험설계사들이 이번 문제제기에 적극 동참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상파 방송에서 자신들의 직업이 비하되어 표현된 점에 대하여 심각한 자괴감 및 모욕감을 느끼고 있는 와중에, 미성년 자녀들을 키우고 있는 보험설계사들은 본인보다 아이들이 학교 내에서 상처받는 상황이 생기지는 않을까에 더욱 신경 쓰며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보험설계사들은 처음부터 이토록 강경한 대응을 펼치려고 했던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당시 방송을 본 보험설계사들 중 일부가 외주 제작업체 및 SBS에 전화하여 ‘보팔이, 보걸’ 등이 모욕적인 표현임을 알렸음에도 사과는커녕 오히려 ‘우리보고 어쩌라는 것이냐’라는 식의 대응을 보인 것이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이에 보험설계사 측은 해당 표현이 불편함, 모멸감, 자괴감 등의 인격권 침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과방송을 하길 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시는 특정집단에 대한 편견이나 반감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혐오표현을 하지 않겠다는 재발방지 약속도 촉구했다.

보험설계사 측은 “혐오표현이 담긴 드라마는 일회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VOD 다시보기나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하여 침해가 무한히 반복되는 특성이 있다”며 “혐오표현의 편집을 통하여 추가적인 인격권 침해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들은 SBS로부터 보험설계사 집단에 대한 혐오표현에 관하여 사과방송 및 재발방지 약속 등의 조치가 없을 시에 국민인권위에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표현으로 진정을 넣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의 법률적인 대응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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