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서명 1100명 동참, 사과방송과 함께 재발방지 마련해야

[보험매일=최석범 기자]공중파의 한 드라마 대사 속 단어에 보험설계사들이 단단히 화났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굿 캐스팅’의 한 장면에서 보험설계사를 폄하·비하하는 ‘보팔이(보험팔이)’, ‘보걸(보험구걸)’이라는 단어가 전파를 탔다.

드라마 굿 캐스팅은 국가정보원에서 한참 전 밀려나 근근이 책상을 지키는 여성들이 우연한 일로 현장요원으로 차출돼 위장잠입을 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액션 코미디 드라마다. 지난 16일 16회를 마지막으로 9.8% 시청률로 종영했다.

문제의 폄하·비하단어는 ‘굿 캐스팅’ 14화에서 주인공 황지영(김지영 분)이 학교폭력 가해자 부모를 만나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황지영은 극 중 국가정보원 요원이지만 보험설계사로 신분을 위장해 활동한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의 딸 남주연(김보윤 분)이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가해 여학생들은 “얘 화장품 살 돈이 없어서 그래, 얘네 엄마 아파트에서 보험팔러 다니는 보팔이잖아”라고 말한다. 다른 여학생은 “보팔이가 아니라 보걸, 보험구걸”이라고 비웃는다.

문제는 드라마 ‘굿 캐스팅’을 시청하던 보험설계사들이 해당 단어를 듣고 큰 상처를 받은 것이다. 한 보험설계사는 “드라마 상 개념없는 역할이 하는 얘기라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아이들이랑 방송을 보면서 좀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 외에도 “당황스럽다. 딸이 비슷한 연령대라 더 기분이 상한다”, “우리 늦둥이가 엄마 좋은 직업에 좋은 직장 다닌다고 말해서 스스로 뿌듯했는데 속상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보험설계사들은 SBS를 상대로 집단 항의서명과 함께 내용증명을 발송한다는 계획이다. 이틀 전 200명 수준이었던 서명 동참자는 20일 기준 1100명을 넘어섰다. 그만큼 보험설계사를 ‘보팔이’ ‘보걸’로 낮잡아 표현한 SBS에 분노가 크다는 얘기다.

분노는 방송통신위원회 민원으로도 표현됐다. 단체 차원의 민원제기는 아니지만 보험설계사 각 개인이 공중파 방송사업자를 관리·감독하는 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 사안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답변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BS가 운영하는 ‘굿 캐스팅’ 공식 누리집 시청자 게시판에도 사과방송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온 상태다.

‘굿 캐스팅’ 14화의 시청률은 8.5%로 나타났다. 전국의 수많은 사람에게 폄하·비하 표현이 어떤 검열도 없이 노출됐다는 의미다. 제작진은 우리사회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단어를 새로 만들어 보험설계사라는 직업을 낮잡아 표현했다.

드라마 ‘굿 캐스팅’을 시청하던 중 ‘보팔이’ ‘보걸’이 뭐냐고 묻는 자녀의 질문에 보험설계사를 직업으로 둔 부모는 어떤 답변을 해야했을까. ‘굿 캐스팅’ 제작진의 생각 없는 표현에 고통받을 보험설계사는 너무나 많다.

SBS는 보험설계사 단체가 발송하는 항의서명에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보험설계사의 항의가 거세니 단순히 서면으로 사과하는 것에 그칠 게 아니라, 잘못한 부분을 방송으로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나아가 특정 직업을 폄하·비하하는 표현이 방송에 노출되지 않도록 재발방지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책임있는 사과를 하고도 ‘보팔이’ ‘보걸’ 등 폄하·비하 표현이 다시 방송에 나온다면 보험설계사들의 단체행동은 의미 없는 일이 되고 만다.

보험설계사 단체는 항의서명 발송에도 SBS가 진정성 있는 조치를 하지 않으면 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 사안을 제소한다는 계획이다. SBS는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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