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매일=이흔 기자] 교통사고로 생긴 정신질환을 앓다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해 사망했다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자살'이 아니라 '교통사고'이므로 보험회사가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 민사14단독 진현지 부장판사는 A씨의 자녀인 B씨와 C씨가 보험회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B씨와 C씨에게 6천만원씩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6월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다리 위에서 약 10m 아래로 추락했고, 이 사고로 허리와 머리 등을 다쳤다.

약 40일 동안의 입원 치료를 거쳐 이후 통원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A씨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얻게 됐고, 결국 같은 해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5년 A씨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회사 측은 "피보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므로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며, 보험계약 약관이 정한 '피보험자의 고의'에 기인한 사고에 해당하므로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는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대해 B씨와 C씨는 "교통사고로 정신질환을 얻었고, 고통에 시달리다가 결국 자살에 이르게 됐다"라면서 "교통사고와 자살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고, 이는 보험계약이 정하는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했을 때'에 해당하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주장하는 A씨 사망의 직접적 원인은 '교통사고'를 의미할 뿐, 'A씨의 자살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교통사고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자살을 보험금 지금의 면책 사유로 규정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자기의 생명을 끊어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행위를 의미한다"라면서 "이는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사망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며, 보험계약 약관도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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