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연 0.5%로 인하 결정…수익성 ‘빨간불’에 보험료 인상 카드 꺼내나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0.5%로 떨어지면서 저금리에 취약한 보험업계의 수익성 타격이 커질 전망이다. 이에 실적 급락의 방어책으로 보험사들이 조만간 줄줄이 보험료 인상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 기준금리 ‘사상최저’ 경신…보험사 ‘발등의 불’

한국은행은 28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0.5%로 0.25%p 하향 조정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지난 3월 1.25%에서 0.75%로 '빅 컷(0.5%p 인하)'을 단행한지 두 달 만에 추가 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출·내수 충격으로 올해 국내 경제의 역성장이 가시화되자 기준금리 인하시기를 앞당겨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다시 사상최저치를 경신하게 됐다.

올해 코로나19라는 변수 돌출로 기준금리가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내려가면서 금리영향을 크게 받는 보험업계의 긴장감은 점점 고조되고 있는 중이다. 안 그래도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수익성에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사상 첫 0%대에 진입한데 이어 추가 하방 압력이 거세기 때문이다.

고객이 낸 보험료를 자산으로 활용해 투자이익을 창출하는 보험사들은 안정적인 자산운용에 기반을 둔다. 이 때문에 주로 채권·대출 등을 중심으로 자산운용을 하는 국내 보험사 입장에서금리 인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년 말 4.9%였던 생보사 평균 운용자산이익률은 지난해 말 기준 3.5%까지 떨어졌다. 생보사 빅3 업체인 교보생명(3.9%), 삼성생명(3.5%), 한화생명(3.5%) 등도 현재 3%대 이익률을 지키는데 만족하는 수준에 그친다. 금리인하 추세가 가파른 만큼 향후 자산운용이익률은 더 악화 될 일만 남아 있어 2%대까지 떨어지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나온다.

설상가상 고객에 돌려줘야 할 이자율보다 보험사가 자산을 굴려 얻는 수익률이 낮은 이차역마진 상태도 심화되고 있다. 과거 고금리 저축성보험 상품을 많이 판매한 업체일수록 곧 돌아올 부메랑을 걱정 중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형 생보사는 -1.06%p, 소형 생보사는 -0.58%p 역마진이 발생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만성화되어 동결 결정이 나도 웃을 수 없는 상황에서 추가 금리인하 결정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만큼의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금리 상승기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현재 보험사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 하반기 보험료 또 오르나

그나마 최근 해외투자 한도를 기존 30%에서 50%로 확대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전보다 유연한 자산운영이 가능해진 점은 다행이지만 보험업계는 당장 발등의 떨어진 불을 끄기엔 역부족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오는 10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아직 넉 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며 “이후 해외투자 한도를 늘릴 수 있게 되더라도 코로나19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현 상황에서 매력도가 크진 않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택권이 넓어지는 효과는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상황이 급한 몇몇 보험사를 제외하고는 현재의 기조를 유지하는 정도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금리인하로 수익성 타격이 큰 상황에서 뚜렷한 해법을 마련한지 못하고 있는 보험사의 고민이 예정이율 인하 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향후 소비자 부담도 커지게 될 전망이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고객이 낸 보험료를 운용해 거둘 수 있는 예상수익률을 일컫는다. 예정이율이 0.25%p 낮아지면 통상 보험료는 5∼10% 오르게 된다. 앞서 지난 4월에서 6월 사이 상품 개정 시기에 맞춰 보험사들은 예정이율 낮춰 보험료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이미 상반기 보험료를 인상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추가 인하 결정은 가격경쟁을 펼쳐야 하는 업체 입장에서도 부담이다”라며 “아마도 올해 하반기 실적을 받아 본 뒤 판단 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원 오세헌 보험국장은 “기준금리 인하는 보험사 입장에서 엎친데 덮친격이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판단이 서면 예정이율을 낮추고 보험료 인상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저금리 기조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향후 보험료 인상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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