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질서 교란 및 소비자 피해 우려…“영국 사례 참고해야”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보험업계 내 권익보호라는 명분하에 대행업체에 의한 민원 모집 및 영업이 이루어지는 감독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민원대행업이 금융소비자의 정보·전문성·교섭력 열위와 소송에 따른 경제적·심리적·시간적 부담을 완화하는 제도적 장치로 작용할 수도 있으나,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부정적인 영향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민원대행업을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업종으로 볼 것인지, 금융소비자 권익보호수단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 및 이를 기반으로 한 감독측면의 접근방향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제언이 나온다.

◇ 대행업체 통해 접수된 민원 수용률 손보 8.1%, 생보 16.5%

24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영국의 민원대행업 규제개혁과 시사점’에 따르면 최근 보험시장에서는 컨설팅 명목으로 방송·SNS 홍보 등을 통해 민원인을 모집하고, 민원서류 작성 및 민원 제기를 대행하여 보험료 환급 시 일정비율을 성공보수로 수취하는 대행업체가 확산되고 있다. 보험사 측에 불완전판매를 주장해 해지환급금을 받아내는 방식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부터 지난해 상반기 동안 대행업체가 8개 생명보험회사에 접수한 민원은 917건으로, 이를 생명보험업권 전체 민원발생규모에 비례하여 추산할 경우 약 1,781건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대행업체가 5개 손해보험회사에 접수한 민원은 533건으로, 손해보험업권 전체적으로는 약 1,000여건으로 추정된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자체민원은 각각 1만9,102건, 1만6,358건으로 대행업체에 의한 민원이 약 8%에 불과하지만, 이를 별도로 추적 관리한 생명보험회사의 통계에 따르면, 민원대행 건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대행업체의 민원제기 또는 민원서류 작성의 대행, 상담 등은 무자격자의 법률사무로,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 이러한 사업모형의 관련 법 위반은 차치하더라도, 대행업체가 기납입보험료를 돌려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착수금을 수령하지만, 대부분의 민원이 수용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의뢰인은 착수금 손실만 입게 되는 점이 큰 문제다.

실제로 금융민원 전체 수용률이 2018년 기준 36%인데 반해, 대행업체를 통해 손해·생명보험회사에 접수된 민원의 수용률은 각각 8.1%, 16.5%에 불과했다. 이는 당초 대행업체가 정당한, 즉 수용가능성이 높은 보험금청구 및 민원 사례를 대상으로 착수금을 수령하였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 “영국도 시행착오 겪어…감독방향 결정 신중해야”

2000년대 중반 영국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상황에 직면하였고, 2007년 민원대행업을 제도권으로 편입한 후 감독상의 시행착오를 겪고 2019년 4월 감독권한 이관 및 관련법 재정비 등의 개혁을 단행한 바 있다.

보험금을 비롯한 각종 보상금 청구 및 민원을 관리하는 회사를 클레임관리회사(Claim Management Company; 이하, ‘CMC’)라고 칭한다.

CMC에 대한 민원 및 피해사례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CMC를 정당한 보상청구권을 가진 자의 사법접근성 제고 수단이자 견제 및 균형 수단으로 보고, 2007년 법체계를 마련하고 감독기구를 설치했다.

이후 ▲CMC에 대한 민원 및 피해사례 증가 ▲보상청구 남용 및 보상문화 심화 ▲CMC의 조직적 보험범죄 공모 등 시행착오를 겪게 되면서, CMC에 대한 규제강화와 감독자원 보강의 필요성이 논의되게 됐다.

그 결과, 2019년 4월 CMC에 대한 감독권한이 법무부 내 조직에서 금융행위감독청(Financial Conduct Authority; 이하, ‘FCA’)으로 이관되고, CMC의 영업행위 및 건전성 규정이 보다 구체화됐다.

송윤아 연구위원과 홍민지 연구원은 “영국의 사례는 민원대행업이 업의 속성상 부정·위법행위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며, CMC의 제도권 편입 시 강도 높은 규제 및 감독의 필요성을 시사한다”며 “민원대행업에 대한 감독방향 결정 시에는 영국의 경험사례와 함께, 금융소비자 권익구제 수준과 관련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연구원은 이어 “우리나라 금융소비자의 정보·전문성·교섭력 열위정도, 소송의 심리적ㆍ경제적ㆍ시간적 부담 등 사법접근성, 민원 및 분쟁제도의 구속력 및 실효성, 금융기관의 영업행위에 대한 준법감시 수준 등에 따라 결정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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