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보험에서 임의가입으로 전환? ‘전무후무’…소비자 피해 우려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투명한 중고차 시장 형성과 신속한 소비자 손해보상이 가능하도록 하는 취지에서 지난해 6월부터 가입이 의무화된 중고차 성능·상태점검 배상책임보험이 제도 시행 1년 만에 폐지될 위기다. 

매매업계를 중심으로 일부 이해당사자의 반발이 거세지자 의무화를 번복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된 가운데 마지막 관문인 국회 본회의 통과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 의무보험에서 임의가입으로 전환 '촉각'

11일 국회 및 업계에 따르면 중고차 성능·상태점검 배상책임보험(이하 중고차 책임보험) 의무가입을 임의가입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지난 6일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데 이어 8일 전체회의도 통과했다.

이후 본회의까지 통과하게 되면 중고차 책임보험은 의무가입 시행 1년 만에 임의보험으로 바뀌게 되는 꼴이다.

해당 책임보험은 중고차 매매 과정에서 성능·상태 점검 내용과 실제 상태가 다른 경우 소비자 피해를 보상해 주는 보험이다. 점검가격인하, 부실점검 요구 등 매매업자의 우월적 지위남용 등으로 부실한 성능·상태점검이 지속 발생하자 정확한 성능·상태점검 유도 및 소비자피해 방지·구제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처음 도입됐다.

이처럼 중고차 매매의 투명성 제고한다는 좋은 취지로 의무화된 중고차 책임보험이 고작 1년도 안되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중고차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한 당사자인 함진규 미래통합당 의원이 제도 시행 2개월 만인 지난해 8월 다시 임의보험으로 전환하는 개정안을 재차 발의했기 때문이다. 

함 의원은 보험료가 과도하게 높다는 점과 성능·상태점검자와 매매사업자 간 분쟁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점을 개정 이유로 들었다. 또한 고액 보험금 지급을 회피하려는 보험사의 일방적인 보험 해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 이해 다툼에 소비자 피해구제 ‘뒷전’?

4월 임시국회 회기는 오는 15일부로 종료되지만 그 이후라도 여야 협상을 통해 5월 임시국회가 추가로 열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회 일정은 불투명하지만 만약 20대 국회 회기 내 본회의가 열리기만 한다면 무난히 법안 통과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면 의무보험이 임의보험으로 전환되는 첫 사례로 남게 된다.

앞서 손보업계는 자발적으로 보험료 인하에 나서는 등 개선방안을 내놓았으나 관련 법안 통과 움직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제 만들어진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제도인데 유명무실이니 섣불리 판단 내리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일부 문제점에 대해서는 조속한 시일 안에 관계기관 간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전했다.

아직도 중고차 시장 곳곳에 부실한 성능·상태점검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중요한 소비자 피해 구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중고차매매 관련 소비자피해 중 성능·상태점검 관련 피해가 72.1%로, 가장 높게 집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법·제도 시행 초기임에도 보험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은 꾸준히 늘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월 말 기준 관련 사고접수는 44건에서 1,228건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6월에서 12월까지 총 사고접수 건수는 5,038건이며, 월평균 건수는 약 720건에 이른다. 해당 기간 30억원에 달하는 보험금 지급이 이뤄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도 도입으로 소비자들이 신속하게 피해를 구제받는 등 안정적 제도 정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수많은 소비자가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음에도, 일부 이해당사자들의 불만에 제도를 없애는 것은 절대로 좋은 방향이 될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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