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케이손보 RBC비율 127.7%…하나금융 자본확충 나설까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한동안 오름세를 보이던 보험금 지급여력(RBC)비율이 최근 다시 악화되면서 보험업계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RBC비율이 금융당국 권고치를 밑돌거나 턱걸이 수준에 머물러 있는 보험사의 경우 재무건전성을 개선을 위한 자본확충 방안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 더케이손보 RBC비율 당국 권고치 이하…하나금융에 쏠린 눈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보험사의 RBC비율은 269.5%로 집계됐다. 이는 전분기인 전분기 대비 17.4%p 하락한 수치다. RBC비율이 하락한 건 2018년 3월 말 이후 처음이다.

RBC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사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보험계약자들이 일시에 보험금 지급을 요청하는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보험사의 지급능력을 보여준다.

보험업법상 RBC비율이 100% 미만인 보험사에 대해선 경영개선권고 조치가 이뤄진다.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전분기까지만 해도 당국 권고치인 150%를 밑돌던 롯데손보는 지난해 10월 대주주 변경 이후 체질개선과 대규모 자본확충을 통해 내실 다지기에 주력한 결과 180% 이상으로 RBC비율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RBC비율이 117.1%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MG손보 역시 지난달 대주주 변경 승인 이후 2,0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 계획을 마무리 지으면서 현재 RBC비율이 200% 가까운 수준으로 올랐다.

따라서 현재 금융당국 권고 기준을 맞추지 못한 곳은 더케이손보가 유일한 상황이다. 전분기 169.1%를 기록했던 더케이손보의 RBC비율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127.7%로 내려갔다. 한 번에 41.4%p 수준의 급격한 내림세를 보인 것으로, 전분기 대비 하락폭이 업계 내 상위권 수준이다.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된 더케이손보 측은 하나금융지주의 증자 방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2003년 한국교직원공제회가 100% 출자해 설립한 더케이손보는 최근 하나금융지주의 14번째 자회사로 편입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더케이손보 한 관계자는 “RBC비율 개선 관련 구체적인 일정이나 금액 등이 확인되지는 않지만 하나금융지주로 인수된 만큼 향후 지주를 중심으로 자본확충 계획이 수립될 것으로 예상 중”이라고 전했다.

◇ DGB생명 생보업계 최하위…DB생명·IBK연금 등도 턱걸이

생보사 중에는 RBC비율이 당국 권고 수준 이하인 곳은 없지만 전분기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하며 턱걸이 수준으로 떨어진 업체들 역시 건전성 관리에 신경 써야 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DGB생명의 RBC비율은 169.1%로, 전분기 188.1%에 비해 19.0%p 하락했다.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에 근접한데다 2분기 연속 생보업계 내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한 것이다. 다만 올해 3월 말 기준 DGB생명의 RBC비율은 다시 180%대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DGB생명 관계자는 “내부 산출 기준 1분기 RBC비율은 187.54%로, 작년 말 대비 18.41%p 증가하며 점차 개선되고 있는 추세”라며 “1분기에만 당기손익이 90억원이 발생했고, 매도가능증권 평가익 148억원 증가 등에 의해 가용자본이 247억원 증가했다. 반면 요구자본 기준 변경 등에 의해 요구자본 64억원 감소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전분기 180%대를 유지하던 DB생명과 IBK연금은 각각 13.6%p, 17.3%p 하락하면서 176.2%와 178.5%의 RBC비율을 기록했다.

DB생명 측은 현재까지 내부적으로 자본확충과 관련하여 논의 중인 내용이나 계획은 없지만, 외부환경 및 시장상황 변화로 인한 필요 시 언제든 자본확충을 추진하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농협생명(192.4%), 흥국생명(186.2%) 등도 업계 평균인 284.6%를 크게 밑돌며 하위권을 맴돌고 있어 자본확충 방안 마련에 골몰 할 수 밖에 없다.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둔 보험사들은 일찌감치 유상증자, 후순위채권 발행,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자본을 쌓아 RBC비율 높이기에 안간힘을 써왔다. 기존 회계방식 보다 부채 규모가 커져 요구자본이 늘면서 큰 폭의 RBC비율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내내 오름세를 보이던 RBC비율이 4분기 만에 하락한데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실적 등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인 만큼 RBC비율 관리를 위한 자본확충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IFRS17 도입이 1년 더 연기되면서 시간을 조금 더 벌긴 했지만 업황이 워낙 좋지 않은데다 초저금리 고착화로 자본조달 압박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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