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 "보험료 인상 주범 아냐" VS 보험업계 "불필요한 치료 조장 문제"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지난해 두 차례, 올해 초 한 차례 자동차보험료가 연이어 인상됐다. 사고 한 번 낸 적 없는데 보험료는 자꾸 오르니 선량한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억울함은 날로 커질 수밖에 없다.

보험사 입장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영업손실 규모는 1조6,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은 어느새 보험업계 만성적자 상품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손해율은 자꾸 치솟는데 인상 요인 등을 보험료에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 쉽지 않아 적자가 자꾸만 쌓이는 구조라는 게 보험업계 입장이다. 올해 초 보험료 인상 당시에도 보험사가 원했던 인상률은 7~8%대였으나 결국 3%대 올리는 선에서 만족해야만 했다.

물론 보험업계도 일회성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손해율 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결국 누군가 총대를 메고 불필요하게 보험금이 누수 되는 근원지를 모조리 찾아 수리해야 하는데, 그 안에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말처럼 쉽지 않은 형국이다.

최근 논쟁의 중심에는 날로 증가하는 ‘한방진료비’가 존재한다. 보험개발원이 자동차보험 손해율 급증의 원인 중 하나로 경상환자들의 과잉 한방진료를 지목하자 대한한의사협회는 즉각 ‘악의적인 폄훼’라며 반박에 나섰다. 이에 보험업계도 재반박에서 나서면서 당분간 양측의 날선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 자동차보험료 인상 주범? 보험업계VS한의계 '충돌'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한방병원협회는 29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자동차보험 전체 손해액 증가분 1조1,560억원 중 한방치료비 증가분은 1,581억원에 불과한데 마치 한방치료비가 자동차보험료 인상의 주범인 것처럼 몰아세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7일 보험개발원이 ‘2019년 자동차보험 시장동향’ 자료 발표를 통해 “한방진료비 및 공임·도장비 등의 원가 상승 요인으로 인해 지난해 자동차보험료 손해율이 악화됐으며, 특히 한방진료비는 향후에도 자동차보험에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자 정면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한의계는 전체 손해액 증가분 가운데 한방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13.6%밖에 되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자동차보험 손해액 증가의 주된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진호 대한한의사협회 보험부회장 겸 대한한방병원협회 부회장은 “자동차보험 손해율 증가의 주범은 결코 한의치료비가 될 수 없으며, 인적·물적 담보 및 차량 등록의 증가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난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그럼에도 넓은 보장범위와 경증환자의 증가라는 사회적 현상, 개인의 만족도가 결합되어 나타나는 한의치료비 증가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부 업계의 행태는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험업계 생각은 전혀 다르다. 한방진료 증가가 자동차보험 실적악화의 주요 원인에 해당하는 것이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측은 “한방 진료로 인한 보험금 증가액은 전체 지급보험금 증가액 중 절반 수준”이라며 “한방진료비의 경우 치료비 외에도 합의금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하여 한방진료비는 전년대비 약 1,500억원 증가하였으나, 한방으로 인한 향후 치료비는 이보다 훨씬 큰 증가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 양방 대비 한방 통원일수 1.6배·평균진료비 2배 

한의계는 한방진료에 대한 환자의 높은 선호도와 만족도가 진료비 증가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보험업계는 오히려 불필요한 중복 진료가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관련 1인당 통원일수는 2018년 기준 한방이 8.87일, 양방이 5.47일로 나타났다. 2015년 한방은 10.32일, 양방은 5.61일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던 것에 비해 다소 줄어든 수치나 여전히 한방병원 통원일수가 양방병원에 비해 1.6배 긴 것이다.

▲ (자료출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험업계 측은 “경상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면 환자의 치료가 빠르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오히려 1인당 통원일수는 양방보다 훨씬 길다”며 “한방은 양방에 비해 보신 목적의 진료 항목이 많고, 치료 효과성 등이 명확하지 않아 상병을 불문하고 모든 환자에게 시행할 수 있는 진료가 많다. 자보수가기준 미흡으로 인해 치료 목적 외의 진료비에 대한 엄밀한 심사가 어려워 한방 의료기관이 제한 없이 시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원일수 뿐만 아니라 평균진료비 역시 양방 대비 한방이 2배 이상 높다. 대형 손보사 4곳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1인당 한방진료비는 76만4,000원으로, 양방진료비 32만2,000원에 비해 2.4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나 유튜브 콘텐츠 등을 통해 한방진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점도 큰 문제다. 실제로 유튜브에 올라온 ‘자동차보험 합의요령’ 등을 살펴보면 한방병원을 이용하는 것이 양방병원보다 치료비가 높다는 내용이 경미사고 시 고액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일종의 ‘꿀팁’처럼 전파되고 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보험업계는 일부 대형 한방병원이 자동차보험 및 실손보험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불필요한 치료를 조장하는 설명회 등을 개최하여 과도한 환자 유치에 나서고 있는 행태 역시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상환자를 대상으로 충분한 치료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과잉진료 시행이 문제라는 것”이라며 “한방의 평균진료비가 양방 대비 2배가 넘는다. 이는 충분한 치료를 시행하는 양방과는 달리 세트치료, 다종시술 등 과잉진료를 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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