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 문의 급증…손보사, 보장 확대로 가입자 유치 ‘분주’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아동 교통사고를 낼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일명 ‘민식이법’이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이를 대비해 운전자보험 가입을 고민하는 운전자들이 늘고 있다.

또한 이미 운전자보험에 가입된 상태라도 설계사 권유에 따라 보장한도를 변경하거나 아예 다른 회사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을 고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 불안한 운전자들…'운전자보험' 관심 급증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민식이법 대비 운전자보험 가입이 반드시 필요한지를 묻거나 상품 추천을 요청하는 상담 문의 글이 다수 게재되고 있다. 또한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나 설계사를 통해 직접 운전자보험 가입을 문의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식이법이 시행됨에 따라 스쿨존 내에서 제한속도(시속 30㎞)를 위반해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경우 운전자에게 3년 이상 징역에 처해진다. 상해를 입힌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이처럼 처벌 수위가 대폭 무거워지면서 ‘혹시나’하는 불안한 마음에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보험 영업이 위축된 분위기 속에서도 운전자보험 가입 수요만은 눈에 띄게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교통사고 발생에 따른 형사·행정상 비용을 보전해주는 상품인 운전자보험은 차량과 인적 보상에 초점을 맞춘 자동차보험과 달리 변호사선임비용, 합의금, 벌금까지 다양한 경제적 비용들을 보장한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아직 법 시행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수치적인 자료가 나온 것은 없으나 해당기간 동안 현장에 소비자들의 문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과 달리 운전자보험은 가입 필요성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그동안은 운전자보험 가입 건수 추이가 일관되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법 시행 이후에는 가입 흐름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 손보사, 맞춤형 상품으로 시장 겨냥

최근 운전자보험 관련 소비자 관심이 급증하면서 보험사들은 앞 다퉈 벌금 보장범위를 확대한 담보를 신설하는 등 민식이법을 겨냥한 맞춤형 운전자보험 상품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KB손보를 시작으로 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메리츠화재·한화손보·MG손보 등 주요 손보사들은 일제히 스쿨존에서 사고 시 운전자보험 벌금 보장한도를 기존 최대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확대 개정했다.

이외에도 업체들은 변호사선임비용, 교통사고처리지원금 보장한도를 늘리거나 저렴한 보험료를 앞세워 운전자보험 가입자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저성장 국면을 맞아 신계약이 나날이 줄고 있는데다 저금리와 코로나19 악재 등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그나마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시장으로 운전자보험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설계사들도 기존 가입자들에게 민식이법에 맞춰 운전자보험을 손보거나 새로운 상품으로 갈아탈 것을 적극 권유 중이다.

다만 기존 상품을 해지하고 새로운 상품에 가입하는 ‘갈아타기’의 경우 섣불리 결정하기보다 향후 민식이법 개정 논의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온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운전자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운전자들의 경우 이 기회에 보험 가입을 고려해서 나쁠 것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이미 운전자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굳이 시류에 휩쓸려 보장 한도를 늘린 상품으로 당장 갈아탈 경우, 보험료만 증가하고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오 국장은 “운전자보험에 가입한 사람 중에 최대액수의 벌금 물게 되어 그만큼의 보험금 혜택을 받은 사람의 비율은 극히 드물다. 보장 금액이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본인이 보험에 가입한 뒤 어느 정도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또한 민식이법 처벌 내용은 누가 생각해도 운전자에게 일방적으로 가혹한 법이기 때문에 법 개정 필요성이 충분히 공감대를 사고 있는 상황이다. 차후 논의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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