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신 수석

보험금을 수령하는 피보험자나 사고 피해자가 보험사기를 주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이나 차를 수리하는 공업사에서 보험사기를 유도하기도 한다. 병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불필요한 장기입원이나 허위입원을 유도하고, 허위진료비 영수증을 발급했다면 병원 측이 보험사기의 주범이다. 그러나 환자가 의사에게 허위정보를 주면서 잘못된 판단을 유도했다면 환자가 사기범이다. 차량 공업사도 수리비를 허위로 청구하거나 부풀려 청구하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차주가 공조하거나 묵인하여 이득을 얻었다면 차주도 보험사기의 공범이 되고 만다.

우리말에 ‘공동책임 무책임’이라는 말이 있지만 보험 범죄에서는 그 반대로 무조건 유책임이다. 오히려 관련자들이 많을수록 나도 섞여서 그냥 도매금으로 넘어갈 수 있다. 하나의 사건에 피고인이 30~50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이 연루되기도 한다. 관련자가 많으면 도덕적으로 해이해지고, 법적 처벌에 대해서도 둔감해지는 경향이 있다.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의사를 고용하여 개설한 병원을 사무장 병원이라고 하는데, 주로 요양병원과 한방병원이 많다. 이 경우 병원은 보험사에 입원진료비를 청구하고, 환자는 입원일당을 청구하면서 서로 공생관계가 된다. 보건복지부는 사무장 병원이 건강보험 재정누수의 주요 원인이라 판단하고 단속을 강화하고 있어 매년 200여 곳 이상을 적발하고 있다.

요양병원이 사무장 병원으로 적발되면 형량도 무거워서 주범은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되고, 입원 중이던 암(癌)치료 환자가 종범(從犯)으로 유죄판결이 되면 기지급 받은 치료비를 환수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의 계약까지 해지 당한다. 이 경우 암 환자는 계속 발생하는 정상적인 진료비마저 더 이상 청구할 수 없다.

편취금액을 반환하지 않을 경우 보험사에서 구상소송을 제기하는데, 소송 도중에 암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경우에도 망인의 채무는 상속되어 유족이 대신 갚아야 하는데, 때때로 20~30%의 채무감면을 요청하기도 한다,

2016년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시행으로 수사기관이 입원치료의 적정성 평가를 심평원에 의뢰하여 회신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럼 어떤 것이 허위 입원이고 누구에게 그 책임이 있는가?

대법원 판례에서 ‘입원’이라 함은 ➀의료진의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경우 ➁환자의 상태가 통원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 ➂감염의 위험이 있는 경우 등에 환자가 입원실에 6시간 이상 체류하면서 의료진의 관찰 및 관리 아래 치료를 받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또한 실제로 상해, 질병 등으로 입원했다 하더라도 판례는 ➀실제 지급 받을 수 있는 보험금보다 다액의 보험금을 편취할 의사로 장기간의 입원 후 보험금을 지급 받을 경우 ➁치료의 실질이 입원치료가 아닌 통원치료에 해당하는 경우 ③입원치료의 필요성이 있다고 의사가 오판하도록 하여 필요 이상의 장기입원을 한 경우 등은 지급보험금 전체에 대하여 사기죄가 성립한다.

보험사기 범죄 판결문을 읽어보면, 양형(量刑, 죄에 해당하는 형벌의 정도) 결정에서 ①죄질 ②편취액의 정도과 변제 여부 ③이전의 범죄 전과를 중요한 요소로 판단한다. 특히 편취한 금액을 변제하지 않으면 대부분 실형이 선고되고, 피고인이 사선(私選)이 아닌 국선(國選)변호사를 선임하는 경우 형량이 2~3배 무겁게 선고된다는 생각이 든다. 실은 국선변호사도 30만 원 내외의 수임료를 받고 사실관계와 법리 다툼을 치열하게 해줄 수가 없다. 결과만 보면 어느 탈옥수의 말처럼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옳아 보인다. 그러나 법이란 ‘자신의 행위와 그로 인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진다’라는 가정으로 성립한다. 피해자와 합의를 하거나 채무를 변제하는 것은 가해자로서 최소한의 의무이다.

형사판결에서 죄질이 중요한데, 고의사고로 타인의 재물이나 신체를 상하게 하고 타인의 보험계약을 이용해서 보험금을 편취한다면 자기보험과 자기신체를 이용한 생계형 보험사기에 비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편취한 보험금을 변제하지 않거나, 선량한 사람들을 보험사기에 끌어들이거나, 이전에 다른 전과가 있으면 형량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아래 내용은 형량을 선고하는 형사판결문에서 판에 박힌 듯이 자주 나오는 문구들이다.

“범행의 죄질, 편취액 정도와 피해 회복 여부, 다른 전과 여부, 반성 여부, 피고인들의 나이, 성향,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와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으로 판단하여~ ”

위와 같은 여러 요소를 반영하다 보니 법원의 양형기준에도 불구하고 판사의 성향과 주관에 따라 편차가 많이 나기도 한다.

불법으로 남의 재산과 신체를 침해한 범죄자가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친다면 염치없는 짓이고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아서 실형은 당연해 보인다. 이는 본인과 피해자에게 더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차선이지만 돈을 빌려 편취한 금액을 변제하고 변호사를 선임하여 집행유예를 받아야 한다. 돈은 이후에 일을 해서 갚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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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신 수석

삼성화재(1992~2018)근무, 유튜브 '보험작가TV' 방송, 손해사정사, 도로교통사고감정사, 보험조사분석사, 시인/수필가('19년 샘터문학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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