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신 수석

생계유지를 위한 보험사기도 많지만 좀 특별한 보험사기 유형 3가지를 소개한다.

중산층 중에서는 골프를 치면서 보험사기의 유혹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보험이란, 예기치 못한 손실에 대비하는 것인데, 골프에서 홀인원은 기쁜 일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큰 손실이 예상되는 기쁨이다. 생애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홀인원이 발생하면 동료들에게 축하연도 베풀어야 하고 트로피도 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골프 홀인원 보험은 월 1~2만 원의 보험료로 홀인원 발생 시에 자축행사 비용(회식연, 골프용품, 트로피 제작 등)으로 300~500만 원 한도 내에서 실비를 지급하는 상품이다.

사실 캐디 한 사람이 눈감아 주면 깜쪽같이 넘어갈 것 같지만, 경험 많은 보험회사 SIU(특수조사팀)의 눈을 피해가기는 어렵다. 보험취급자가 라운딩에 동반하는 경우도 있는데, SIU는 통계적인 수치로 이상 징후를 감지한다. 보험은 예기치 못한 손실과 악재에 대비하는 것이지만 이 경우 보험은 역으로 큰 위험이나 유혹이 되는 순간이다.

다음은 해외에서 일어나는 여행자보험 사기이다.

우리 경찰의 수사 범위를 벗어난 해외에서 허위사고를 조작하거나 허위영수증을 발급받은 후 국내로 돌아와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이다. 국내 보험사기보다 훨씬 적발하기 어려운 여건으로 보이지만 보험회사도 대안이 있다. 특정 국가에서 허위영수증이 다수 발급되는 조짐이 있으면 보험회사는 현지조사단을 해당 국가로 파견한다. 

동남아 등은 허위증빙을 만들기도 쉽지만 보험회사가 범행을 조사하기도 좋은 환경이다. 현지경찰을 동반하고 다니면 웬만한 증거는 국내보다 쉽게 확보할 수 있다. 선진국이라고 하더라도 현지에서 보험사기를 제보하는 국제전화가 한국 보험사로 걸려온다.

드물게는 고의살인 등도 있지만 여행자보험의 대부분은 휴대품 파손이나 질병치료 등 소액이 대부분이다. 들뜬 여행 기분으로 모험을 하면 의심을 받거나 수사를 받고 전과가 생긴다.
 
우리나라는 하루 평균 38명이 자살을 하고, 10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최근에 생활고나 우울증으로 목숨을 스스로 끊는 사람들 중에는 자동차사고로 위장하는 경우가 일부 있다. 특히 바다나 계곡으로 나 홀로 추락하는 차량사고는 고의성이 의심되면 집중적인 사고조사와 분석이 이루어진다. 우발적으로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 중에는 남은 가족들을 위하여 사고 발생 1~2년 전부터 꾸준히 보험에 가입하고 낭떠러지에서 추락하거나 호수나 바닷가로 추락한다.

졸음운전은 사고 직전에 조향장치나 제동장치의 작동 흔적이 전혀 없지만, 직선도로에서 조향장치를 사용하거나 가속 흔적이 있다면 고의성이 의심된다. 이들을 조사하다 보면 아래와 같은 공통적인 특징이 보인다.
1. 평소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우울증 증상이 있다.
2. 사고 직전 한두 달 전에 소득에 비해 큰 보험을 추가로 가입한다.
3. 인적이 드문 외진 산길이나 호수나 바닷가로 승용차가 추락한다.
4. 사고 직전에 현장을 사전 답사라고 몇 바퀴 모의주행을 하기도 한다.
5. 사고 직전 보험사에 미리 전화해서 사망 후 보험금 상속인이 누군지를 확인한다.
6. 졸음운전 등으로 사고를 위장하지만 교통공학 이론과 맞지 않는다. 졸음운전이라면 차량이 직진해야 하는데, 좌측이나 우측으로 핸들이 돌아가서 깊은 하천 쪽으로 추락한다.
7. 고의사고 차량은 사고 직전 속도가 더 빨라지거나 동일하고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다.

이런 내용을 숨기기 위해 차량 블랙박스나 휴대폰을 꺼두지만, 디지털포렌식 휴대폰분석, CCTV, EDR(사고기록장치) 등 IT 기술과 과학적 조사를 통해 사고 당시 정황이 추정된다.
유족들은 여러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지만, 보험사는 지급을 거부하고 유가족들과 법정소송을 벌인다. 법원에서도 사고경위와 더불어 망인의 부채상황, 사고개연성 등을 감안하여 판결을 내리는 것 같다.
 

최근 4년간 주요언론사에 보도된 사망사고 74건(육지 추락 54건, 바다 추락20건)을 분석해 보니, 육지(다리, 낭떠러지, 하천, 저수지)에서 추락하는 차량은 화물차, 탱크로리, 레미콘, 크레인 등 중기 차량이 다수이고, 나 홀로 차량의 비중은 68.5%이다. 반면 바다로 추락하는 차량은 승용차와 승합차가 주(主)를 이루고 나 홀로 운전이 75%나 된다. 중기차량은 커브길에서 방향전환이 어려워 추락 가능성이 높은 것은 이해되지만, 바다로 추락하는 나 홀로 운전 승용차가 많다는 것은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망인(亡子)의 행적을 조사하고, 사자(死者)의 흔적을 추적하다 보면 망인의 안타까운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보험사 직원으로서 가슴 아픈 일이다. 지구를 수십 바퀴로 돌 수 있는 큰 배도 바닥에 구멍이 생기면 금방 가라앉아버린다. 사람의 마음도 부정적인 생각이나 우울한 생각이 가득 차면 배처럼 가라앉아버린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고비를 넘기고 훗날 큰일을 해낸 위대한 몇몇 사람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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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신 수석

삼성화재(1992~2018)근무, 유튜브 '보험작가TV' 방송, 손해사정사, 도로교통사고감정사, 보험조사분석사, 시인/수필가('19년 샘터문학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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