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관계 인정돼…정신장애도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보험매일=이흔 기자]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고를 당한 뒤 공황장애를 얻었다면 이에 대해 엘리베이터 관리업체가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최형표 부장판사)는 A씨의 유족들이 한 손해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보험사가 유족들에게 1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6년 10월 서울의 한 건물 엘리베이터에 탔다가 15분간 갇히는 사고를 겪은 뒤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후 통원 치료를 받던 그는 2017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에 유족들은 엘리베이터를 관리하는 회사의 과실로 정지 사고가 발생해 사망에까지 이르렀다며 이 관리업체의 배상책임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A씨가 정지 사고로 발생한 공황장애로 정신적 억제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게 됐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평소에도 이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사고가 잦았고, 다시 사고가 났음에도 119구조대가 A씨를 구조할 때까지 관리업체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재판부는 지적했다.

보험사 측은 A씨와 같은 사례가 매우 이례적이라서 관리업체가 일반적·객관적으로 예상할 수 없는 손해인 만큼 면책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엘리베이터가 정지함으로써 폐쇄된 공간에 갇힌 탑승자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낙상이나 추락으로 인한 사상 사고와 함께 엘리베이터 이용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이 다소 특수한 사례임을 부정하기 어렵지만,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이상 유지보수 업체 측에서 '알 수 있는 손해'에 포함된다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엘리베이터 정지사고로 이처럼 심한 공황장애가 발생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고, 책임을 업체 측에 전적으로 묻기도 어렵다"며 40%로 배상 범위를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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