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감독당국 늑장대처 지적…“개정 작업 소홀로 현장 혼선 초래”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재해로 인정하도록 하는 생명보험 표준약관 개정 작업을 늦어도 2분기 내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3일 금융감독원은 “코로나19 등 감염병에 대한 보상여부를 명확히 하도록 생명보험 표준약관 재해분류표 개정을 신속히 추진할 예정”이라며 “또한 약관 개정과 상관없이 이미 코로나19로 진단시 약관해석의 원칙상 재해보험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보험업계 내에서도 결론이 나왔기 때문에 문제가 될 소지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 코로나19 약관 해석 '분분'

앞서 지난 2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확산되기 시작한 가운데 코로나19에 의해 사망한 경우 생명보험에서 재해 사망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현행 생명보험 표준약관상 재해보상 대상인 동시에 재해보상 면책대상에도 해당되는 상충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재해 사망으로 보아야 할지 일반 사망으로 보아야 할지 업계 내 해석이 분분했기 때문이다.

▲ (자료출처=국회입법조사처)
▲ (자료출처=금융감독원)

이는 올해 초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 예방법)’ 개정에 따라 코로나19가 법정1급 감염병에 해당하는 ‘신종감염병증후군’으로 새롭게 포함됐으나 생명보험 표준약관은 바뀐 법에 맞춰 수정이 되지 않으면서 초래된 논쟁이다.

현행 생명보험 표준약관상 재해분류표는 제1급 감염병들을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보장대상이 되는 ‘재해’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제1급 감염병에 포함되는 질병일지라도 생명보험 표준약관 재해분류표의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이하 ‘KCD’)상 U코드에 해당하는 질병들은 보장제외 대상으로 분류된다.

코로나19의 경우 KCD 질병분류기호는 ‘U07.1’로 표시되어 있어서 보험사에 따라 재해보험금 지급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통상 재해로 인한 사망보험금이 일반 사망보험금에 비해 2배 이상 높게 책정되어 있다 보니 약관상 명백한 규정이 없는 한 향후 소비자와 보험사 사이에 관련 분쟁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키웠다.

◇ 입법조사처 “개정작업 소홀로 혼선…재해보험금 지급해야”

금융당국이 생명보험 표준약관 재해분류표 개정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힌 배경에는 앞서 지난 2일 국회입법조사처가 ‘코로나19 관련 보험약관상 재해보험금 지급문제 및 개선과제’를 다룬 보고서를 발간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보고서를 통해 국회입법조사처는 생명보험 표준약관 개정작업 소홀로 보험실무상 혼선을 초래한 감독당국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금감원이 보험상품의 표준약관을 변경한 후 보험사들이 개별 상품에 대한 약관변경작업을 진행하는데, 이번 경우는 감염병 예방법이 변경 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당국이 생명보험 표준약관 개정작업을 시의적절하게 이행하지 못하는 바람에 나타난 혼선”이라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어 “코로나19가 재해분류표 상 면책사유에 포함된다고 생명보험사가 주장할 경우 보험약관이 상위법인 감염병 예방법 개정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생명보험 재해분류표에는 감염병 관련 법률 제·개정 시 보험사고 발생 당시 법률을 적용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개정 전에 가입한 생명보험약관도 약관해석의 원칙인 작성자 불이익 원칙상 재해보험금 지급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내렸다.

김창호 입법조사관은 “코로나19는 감염병 예방법 관련 규정에 따라 표준약관 재해분류표에서 인정하는 재해”라며 “페스트와 같이 우연한 외래의 사고이고 급격성을 지니고 있는 재해의 정의에 부합하는 만큼 관련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 코로나19로 인한 국민의 경제손실을 보충하고 보험의 기본원리에 충실한 경제제도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금융감독당국과 보험업계의 현명하고 빠른 보험약관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생명보험 표준약관 재해분류표 개정은 보험업계 의견 수렴 과정 및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 올해 2분기 내 이뤄질 전망이다. 금감원은 코로나19 관련 내용 개정 외에도 업계 내 불합리한 약관 개정사항을 함께 묶어 손질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금융상품심사국 관계자는 “늦어도 2분기 안에는 개정안이 나올 예정”이라며 “보험사들도 일괄적으로 약관 개정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바뀌는 예정이율, 참조순보험요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행 시기를 조절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표준약관이 개정되면 생명보험사의 상품 약관도 모두 수정되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른 개정사항도 함께 묶어 한 번에 약관개정을 진행하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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