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가치 산출기준 위반…“본사에도 손해배상 소송 진행 예정”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신창재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 간의 ‘풋옵션’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교보생명이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을 미국 회계감독기구에 고발했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애초에 ‘공정시장가치(FMV)’를 산출하는데 있어 준수해야 할 기준을 위반한데다 이로 인해 영업상의 손해까지 입었다는 이유다.

향후 교보생명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딜로이트 글로벌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 “FMV산출 기준 위반, 주주 분쟁 장기화 초래”

31일 교보생명은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에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을 평가업무 기준 위반으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적정 FMV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풋옵션 행사시점이 아닌 2018년 6월 기준으로 직전 1년의 피어그룹(비교대상 동종기업) 주가를 사용한 것을 문제로 보고 있다.

해당 기간에는 삼성생명, 오렌지라이프 등 주요 피어그룹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2017년 말에서 2018년 초가 포함돼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FMV가 과도하게 높게 산출된 점과 관련해 과정의 문제가 없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이로 인해 주주간 분쟁이 장기화되어 경영 안정성과 평판이 저하되는 등 유무형의 영업상 손해가 발생해 회사 차원에서 고발에 나선 것”이라며 “미국에서 회계법인의 선관주의 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 및 징계 수위가 높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딜로이트 글로벌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미 준비를 마쳤고, 곧 소장을 접수할 방침”이라며 “회사의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고발 조치와 향후 진행될 소송 또한 고객, 투자자, 임직원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기업가치의 안정성을 제고하고자 진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지배구조 변동 가능성?

▲ (사진제공=교보생명)

앞서 지난 2012년 신 회장은 2015년 9월까지 회사를 상장시키겠다는 조건을 내세워 교보생명 지분 24%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PE),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으로 구성된 FI들에게 매각했다.

이후 상장이 계속 지연되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주주간계약(SHA) 체결 당시 기한 내 IPO(기업공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주주인 신 회장 개인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 조항을 포함시킨 게 발단이 됐다.

결국 지난 2018년 11월 FI 측은 IPO를 약속대로 이행하지 않아 손실이 발생했다며 2조 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신 회장 측에 전달했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산출한 가격인 주당 40만9,912원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FI가 당초 투자한 1조2,000억 원 보다 8,000억 원이 많은 금액이다.

신 회장은 계약의 적법성·유효성에 문제가 있음을 근거로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FI 측에 유리한 불공정 계약이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양측은 협상을 통한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결국 지난해 7월부터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를 통해 중재 절차를 밟고 있다. ICC 중재가 통상 1년 반 정도 걸리는 만큼 최종 결과는 이르면 올해 말쯤이나 내년 초에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만약 ICC가 어피니티 컨소시엄 등 FI의 손을 들어줄 경우 신 회장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이나 재산을 압류해 처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ICC 중재판정부가 어피니티 컨소시엄 주장을 온전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현저히 낮으나, 만일 이들의 주장을 모두 수용해 최대주주에게 주당 40만9,912원에 매수하라고 판정하고, 최대주주가 충분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상황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지배구조의 변동 가능성이 있는 특정거래에 해당될 수도 있는 사안으로 판단되어 고발 및 소송 조치 내용을 공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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